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3일 오전 견학을 온 중학생들이 고려대 홍보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yongil@hani.co.kr
고교등급제 비난 봇물
학부모·학생 “모집요강에 아예 등급제 밝혀라”
지방 박탈감 특히 심해…사교육 부채질 우려
학부모·학생 “모집요강에 아예 등급제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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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의혹이 번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누리꾼들이 “고려대가 현대판 카스트 제도를 들고 나왔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입시전문가와 교사들은 특목고 우대 입학전형이 중학생들의 특목고 쏠림 현상과 고교 내신 무력화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3일 고려대의 입학처 누리집 게시판에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번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 지원했다고 밝힌 이연숙씨는 “아예 처음부터 고교등급제를 실행하겠다고 모집요강에 밝히지 그랬냐”며 “원서비가 아깝고 속은 기분”이라고 썼다. 올해 고3에 진학하는 동생을 뒀다는 이윤미씨는 “학교시험에서 줄곧 전교 2~3등을 달리는 동생이 고려대를 지망하는데, 이번 논란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제발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바로잡아 앞으로 동생이 상처받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지방 일반계고 학생·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강원 강릉여고 3학년 김아무개양은 “우리 학교는 지방에 있지만, 여기는 비평준화 지역이고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학교인데 무조건 내신은 못믿는다며 특목고생을 우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차라리 ‘고려대가 원하는 것은 우수학생이 아니라 특목고생’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고 2학년 이아무개군도 “앞으로 지방에서는 절대 고려대 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며 “‘민족 고대’라고 하더니 조선시대를 본받아 고교에서도 ‘신분질서’를 세우려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고교 1학년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애초 발표한 전형방식과 다르게 학생들을 뽑아놓고 어떻게 자율화를 주장할 수 있냐”며 “고려대가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는다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앞으로 고려대를 절대로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고를 우대하는 입학전형이 교육현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이번 고려대 전형 결과를 통해 상위권대 진학을 위해서는 특목고에 가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더욱 강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초·중학교 단계의 특목고 대비 사교육은 크게 늘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공교육의 위상과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승수 서울 인헌고 교사도 “특목고 쏠림 현상이 2010년부터 서울지역에서 시행되는 고교선택제와 맞물리면 강남의 몇몇 학교를 뺀 서울의 상당수 일반계고가 기피학교가 돼 슬럼화할 가능성도 높다”며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시도로 일선 고교의 교실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민영 유선희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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