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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성적 올려라” 교사들에 생존경쟁 강요

등록 2009-02-17 19:21수정 2009-02-17 21:42

시·도교육청, 학업성취도 승진·전보에 연계
학교간 경쟁 심화로 ‘성적지상주의’ 불보듯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지역별로 공개되자 시·도 교육청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교장 인사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앞다퉈 학력 향상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책들 대부분이 학교와 학생을 옥죄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린다는 데 치우쳐,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교육현장을 지나친 경쟁과 갈등으로 몰아넣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서울시교육청은 17일 학업성취도 향상 정도를 교장·교감 인사에 반영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학습부진 완화 및 학력격차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이 전반적으로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며 “학생들의 학력을 올리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장·교감의 승진이나 전보 등에 연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발표한 방안을 보면, 지난해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올해 평가 결과를 비교해 학업성취 향상도가 상위 3%에 속하는 학교의 교장·교감에게는 2010년부터 승진·전보·연수·성과급 지급에서 우대하고, 하위 3%에 들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교사에게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교육청은 교장이 소속 교원에 대해 전보 요청을 할 수 있는 비율을 50%까지 확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를 사실상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원평가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이날 학업성취도 개선 실적이 나쁜 학교의 교장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1학기 중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감소 여부에 따라 교장을 좌천시키거나 성과급을 삭감하는 등 구체적인 인사조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도 학교 단위로 성적 하락 책임을 묻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학력 증진 대책을 발표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교사의 이름을 기록해 책임을 묻는 ‘교사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업성취도 결과와 교원 인사를 연계하는 방안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생기는 근본 원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나 연구 없이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돌리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교육학)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런 방식의 대책이 시행됐지만,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이상 교장이 바뀌어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대책은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경쟁에 따른 학업 부담 증가와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인천/김영환, 수원/홍용덕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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