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최하위’ 지역 학교 가보니
한부모·조부모·다문화 가정 등 저소득층 많아
열악한 환경 제쳐두고 교사 열의부족 탓해서야
한부모·조부모·다문화 가정 등 저소득층 많아
열악한 환경 제쳐두고 교사 열의부족 탓해서야
“출발 지점이 다른 상황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단순히 누가 빨리 골인 지점에 도착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전국 지역별로 성적이 공개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전남 ㄱ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지난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뒤, 시·도교육청들은 학생 성적을 교장·교원 인사에 반영하는 등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대책을 일제히 쏟아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 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살피지 않은 채 일률적인 대책을 강요하는 것은 ‘암에 걸린 사람에게 감기약을 처방하는 꼴’이라며 각 지역과 학교의 특성에 맞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력이 떨어지고 교육 환경이 열악한 점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교장이나 교사의 열의 부족 탓으로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남의 대표적인 오지로 인구가 3만2천여명에 불과한 ㄱ군은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조손가정 등 저소득층 자녀가 많다. 이 지역 초등학생 1680명 가운데 17.7%인 297명이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조부모·다문화 가정 등 저소득층 자녀들이어서 사실상 집에서 학습지도를 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아 별도의 기초반을 꾸려 운영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ㄱ군의 한 지역아동센터 ㅅ아무개 소장은 “겨울에도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느라 부모들이 저녁 늦게 들어오곤 한다”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가정에서 돌봐줄 여건이 안 되는 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권아무개(45)씨는 “솔직히 지금도 어느 정도 살 만한 사람은 자녀들을 광주로 유학 보내는 것이 일반화됐다”며 “이번 성적 공개로 이런 경향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ㄱ군과 함께 이번 평가에서 성적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온 전북 ㄴ군 주민 ㅈ아무개씨는 “이 지역 한 고교의 경우 전교생 25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조손가정이 전체의 25%나 된다”며 “먹고살기 힘든 탓에 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을 둘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시 성적이 최하위권인 전북 ㄷ군 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학생 성적이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비례하는 현실에서, 재정자립도가 낮고 낙후한 우리 지역의 경우 조손가정이 많고 상위권 학생들도 미리 도시로 다 빠져나가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아니라 지역 상황을 고려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몇 달 뒤 재시험을 봐서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로 상담과 생활지도까지 아우르는 복지·교육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교육학)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가운데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아이들이 많으므로, 성적 향상에만 초점을 둬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학력을 올리는 데 모든 목표를 집중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접근 방식 자체가 문제”라며 “10~20년 뒤를 내다보고 예산 등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대하 박임근 유선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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