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품앗이를 위한 닻이 올랐다. 도봉구에서 청소년 품앗이를 하던 부모들이 ‘지이피 교육문화생활협동조합’을 시작한다. 왼쪽부터 조합원 이순임씨, 홍도미씨, 홍양선씨, 청소년 회원인 김누리(20)씨, 김도림(20)씨.
[커버스토리] 유아·초등생만 하라는 법 있나요
작가초청 등 프로그램으로
엄마들이 미래설계 도와줘
작가초청 등 프로그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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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교육적으로 연대하려는 시도는 일찍이 있었다. 품앗이 교육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유아나 초등 단계에서 흔한 품앗의 교육의 명맥이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끊긴다는 점이다. <기적의 품앗이 학습법>의 저자 홍도미씨는 “중학생이 되면 엄마들이 학습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어진다”며 “엄마들은 지속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먼저 학습에 대한 부담 때문에 품앗이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성장의 과업이 달라지는 청소년기에 걸맞는 엄마들의 새로운 품앗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 품앗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욕구는 높은 편이다. 중학생이 돼 입시를 몸으로 느끼는 부모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3년 전에 이순임(45)씨가 도봉구에서 청소년 품앗이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학에 가는 것말고는 사회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려주는 그림은 없어요. 엄마들이 대신 나서서 다양한 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했죠.” 홍도미씨가 청소년 품앗이의 무게를 진로지도에 두는 게 좋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순임씨와 홍도미씨가 함께한 청소년 품앗이는 하루 만원으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배낭여행족 등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를 열기도 하고 유네스코와 협력해 외국의 교환학생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밤을 새워 만화책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청소년 품앗이를 함께 한 김누리(20)씨는 “엄마들의 도움으로 중고등학교때 해보고 싶었던 일을 거의 다 해봤다”며 “그래서 내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를 알게 됐고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청소년 품앗이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들이 가르치는 위치에서 한발짝 물러서야 한다. 3년 전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청소년 품앗이를 해 온 이순임(45)씨는 “초등 품앗이는 엄마들이 프로그램을 짜면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게 어렵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일단 순서와 규칙이 있는 프로그램을 질색한다”며 “엄마들이 가르치지 말고 자리를 찾아 마련해 주는 식으로 역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도미씨는 “아이들은 간섭하면 반항하고 내버려두면 진도가 안나가는데 이 양 극단을 조절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3년 동안 청소년 품앗이를 운영한 것을 토대로 얼마전 ‘지.이.피.(Ground Educaion Person) 교육문화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북카페부터 산촌유학, 해외 어학연수까지 청소년한테 필요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망라한 조직이다. 엄마들은 틀을 만들었을 뿐 운영의 주체는 청소년이다. 이순임씨는 “엄마들이 보내주는 해외 연수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벌어서 가는 연수다”며 “조합 안에 근로를 통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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