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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부하는 선수’ 정책과 역행 ‘미운오리’ 취급

등록 2009-02-23 14:22수정 2009-02-23 15:15

전국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일제고사)이 치러진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염리동 한 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답안 작성을 일찍 마친 일부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일제고사)이 치러진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염리동 한 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답안 작성을 일찍 마친 일부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제고사 운동부 배제 파문
성적 낙인찍기에 ‘비교육적 열외문화’ 공공연히
“체험학습 허락한 교사 해임은 심각한 모순” 비판
지난해 10월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때 일부 학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을 시험에서 배제했다는 증언들이 곳곳에서 나와 평가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훈련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험을 치르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줄이려고 훈련 일정과는 무관하게 선수들을 시험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구부와 테니스부 선수들이 시험을 보지 않은 서울 ㅈ여고 ㅂ아무개 교감은 “운동부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중간고사 등 정기고사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지 않은 것도 경기를 앞두고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행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회 정책국장은 “자체 조사 결과 거의 대부분의 고교들이 평가 당일 운동선수들을 시험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처럼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일선 학교 교장과 교사에게 전가한다면 앞으로도 운동선수들은 전국 단위 평가에서 계속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치러진 전국 중학교 1학년 대상 진단평가 때도 일부 학교에서 운동선수들은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초·중·고교 운동선수의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학생 선수의 잦은 대회 출전 등 수업 결손에 따른 성적 저하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성적에 도달한 경우에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 학력제’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 ㅁ고 교장은 “개별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장 인사에 반영하는 식의 ‘몰아붙이기’가 계속된다면 운동부가 있는 학교 처지에서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성적이 낮은 운동선수들을 시험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적 경쟁이 치열해지면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낮은 다문화가정이나 장애아, 학습부진 학생들도 평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지원해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전국 단위 평가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장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과정에서 특수학교는 아예 논의 대상이 아니었을 정도로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학력 문제는 애당초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행수 전교조 사립위 정책국장은 “이렇게 성적이 낮은 선수 학생들을 아예 시험에서 배제해 놓고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을 교단에서 몰아낸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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