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법안 법제화를 요구하며 인권침해와 관련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청년위원회 회원들. 김종수 기자 jong@hani.co.kr
7개 청소년단체, 강제야자·두발규제 등 사례 접수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험을 봤고 그 결과로 일등 학교와 꼴등 학교가 생겼다. 과거의 유물인 줄만 알았던 강제 야간자율학습(야자), 0교시, 우열반 등이 부활한다. 머리 길이나 교복 매무새를 보는 교사들의 눈도 점점 날카로워진다. 지난 22일에는 부산과 경기도 안산에서 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으스스한 새학기, 청소년 인권은 다시 ‘사치’가 됐다.
7개 청소년단체가 숨막힌 청소년 인권을 위해 뭉쳤다. ‘청소년인권보장 청소년연대’는 학기 초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 인권 침해 사례를 신고받는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활동가는 “오랫동안 학생들을 만나 왔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며 “일제고사 성적 공개와 서울의 고교선택제 시행 등으로 학교가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생들을 다시 옥죄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0일 처음 신고를 받기 시작한 흥사단청소년인권센터 누리집(chungsori.net)의 신고 게시판을 보면 강제야자나 두발 규제에 대한 학생들의 호소가 절절하다. 경기 ㅍ고의 한 학생은 “어차피 공부를 해야 하니까 꾹 참고 하고는 있지만 학원이나 과외를 해야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학교에 잡아두는 걸 보면 답답하다”며 “야자 하기 싫은 아이들이 도망가는 일이 잦다 보니 체벌이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고교에 입학한 날부터 강제로 야간자율학습을 시킨 학교를 고발하는 학생이나 “새 학기 교장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학교가 감옥같이 변했다”고 전하는 학생도 있다.
사실 학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강제야자나 0교시 등을 학생 인권 침해로 규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도 학력 향상을 위한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을 참여시킬 때 ‘강제’가 아닌 ‘동의나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청소년단체의 지적이다.
김종민 활동가는 “학원에 다닐 수 없는 학생들한테 학교 공부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면 학교 공부가 무엇이 좋고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학생들한테 설득해서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해야지 체벌 등의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80년대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권 침해 사례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7개 청소년단체는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전국청소년학생연합, 청소년 와이엠시에이(YMCA) 전국대표자회, 청소년 다함께, 청소년문화예술센터, 흥사단 청소년인권포럼 위더스 등이다.
신고 대상은 강제보충과 강제야자, 0교시, 두발 규제, 체벌과 관련된 사항이며 누리집(chungsori.net)에 글을 올리거나 (02)741-2013으로 전화하면 된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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