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를 열고 있는 학생들.
서울특별시립 청소년미디어센터 제공
청소년 봉사활동
봉사활동 의무제
봉사활동이 우리 교육 현장에 처음 등장한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31일 김영삼 정부의 교육위원회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아홉 가지 새로운 교육 정책의 도입을 제안하는데, 그 가운데 봉사활동을 교육과정에 도입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뒤이어 서울시교육청이 1996학년도 고등학교 입시부터 봉사활동을 반영하기로 발표하고, 1996년에는 교육부가 ‘학생 봉사활동 운영지침’을 냈다. 한 학년에 20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양질의 봉사활동을 찾아나서는 학생들이 늘고는 있지만 봉사활동을 귀찮아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 학교가 1년에 20시간, 3년에 60시간으로 정하고, 학생들이 그 시간을 채우는 식으로 운영되는 봉사활동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반드시 채워야 할 시간을 정하는 게 봉사활동의 시작하는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쪽도 있다. 봉사활동을 학생들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한 찬반 논란을 정리했다. 김희라(순천여고1)
■ 이래서 찬성 (O)
학교서는 못얻는 ‘삶의 지혜’ 얻어
모르던 세상 보고 듣고 느끼고
사회적 약자 위한 배려도 쑥쑥 서울 재현고 이세진(고3)군은 방학이나 휴일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거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정기적으로 꾸준히 활동을 하다 보니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고 지금은 내가 돕는 분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걸 기쁨으로 생각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군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면 더 좋았겠지만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의무적인 봉사활동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봉사활동 ‘마니아’가 된 이들이 많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봉사활동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한국교원대부설고 김아무개(고2)양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단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소질을 발견했고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혜나 경험을 얻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주에 한 번씩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지난해 여름에는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준 선물을 받은 학생은 많다.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해 여름 중국 우루무치로 일주일 동안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온 재현고 이용욱(고3)군은 “중국 현지에서 받은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세상에는 아직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내가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데 감사하며 살게 됐다”고 말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학생처장(역사교육과 교수)은 “학생들과 같이 꽃동네 등에 봉사활동을 나가 보면 처음에는 대부분 오만한 태도로 사회·경제적인 약자들한테 우월감을 내비치곤 한다”며 “그러나 나중에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인데 되레 배워 왔다며 그런 태도를 고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는 옛날에는 선택적으로 듣게 했던 사회봉사 과목을 근래에는 필수과목으로 정해 모든 학생들이 듣게 한다고 한다. 특히 봉사활동 의무제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입시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다. 부산의 김아무개(고2)양은 “성적으로 줄세워서 뽑힌 학생들보다 봉사활동으로 대학 간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것 같다”며 봉사활동을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김아무개(고2)양 역시 “인성은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데, 현재로서 대학이 학생의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봉사활동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3년 동안 15시간 정도만 봉사활동을 하면 감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반영해 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보면 학생부 비교과 영역 가운데 봉사활동이 포함되는 ‘활동사항’을 평가요소로 삼는 대학은 195곳 가운데 19곳이다. 그 가운데 가톨릭대, 부산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정시모집에서도 3~5% 정도로 봉사활동을 반영한다.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이 ‘시간’을 기준으로 봉사활동을 평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는 것이다. 부산의 공아무개(고2)양은 “봉사활동의 내용도 평가돼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봉사활동 시간이 그 아이의 인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고 홍주혜(고1)양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60시간 채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꺼번에 봉사활동을 몰아서 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 말고 새로운 방식이 고민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불암고 전준(고3)군은 “봉사활동을 평가할 때 시간과 함께 학생이 봉사활동 후에 쓴 소감 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신여고 안예은(고3)양은 “봉사기관에서 봉사자의 태도나 봉사 자세 등을 평가한 것을 학생부에 함께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고 제안했다. 이원경(한국교원대부설고2) 이유진(백양고2) 한주형(재현고3) 김민지(제주서중3)
■ 이래서 반대 (X) 시간때우기 교육 ‘귀찮은 강제사항’ ‘대리 확인증’ 부정행위 빈번해
‘아이템 부족’ 참여의미 못느껴 지난 3월 21일, ‘3·1 운동’ 90돌을 맞아 부산시 북구청에서는 ‘제11회 구포장터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열었다. 구청은 참가한 학생 모두에게 봉사활동 4시간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친구들을 대신해 확인증을 대리 수령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부산 낙동고 정아무개(고1)양은 “우리에겐 봉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봉사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야간자율학습으로, 주말에는 학원이나 과외 등으로 입시 공부에 바쁜 인문계고 학생들한테 봉사활동은 여전히 귀찮은 의무사항일 뿐이다. 많은 학생들은 현재 60시간을 반드시 채우도록 돼 있는 봉사활동에 반대한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둘러싼 여러 부정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산 양운고 김지언(고3)양은 “현재의 학생 봉사활동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을 충분히 구할 상황이 되는데도 고의로 구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과 비슷하다”며 “자발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의 영역을 의무로 제도화한 사마리아인 법이 부작용이 낳는 것처럼,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하는 봉사활동을 의무로 규정한 탓에 봉사활동 부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를 위한 봉사’에 그치는 학생들한테 ‘인성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것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앞서 근무한 학교에서 봉사활동 업무를 맡았던 이아무개 교사는 “월드비전이 주관하는 사랑의 동전 모으기 행사를 했는데, 돼지저금통을 동전으로 다 채워 오면 봉사시간으로 4시간을 줬다”며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지만, 거의 다 10원짜리였다”고 2년 전의 일을 회상했다. 의무로 강제하는 봉사활동은 오히려 ‘비교육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쓸모없다는 생각만 굳혀 가고 있다. 부산 백양고 정아무개(고2)양은 “이제껏 내가 채운 봉사 시간은 10시간 정도인데, 소풍 가서 교외정화활동 명목으로 받은 한두 시간 안팎의 시간과 평소에 학교에서 한두 시간 청소를 하고 얻은 것이다”며 “봉사의 참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외고 길다정(고3)양은 “입시와 맞물리는 상황에서는 봉사활동은 해야만 하는 것이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며 “60시간을 채워야 하는 현실은 봉사활동의 자발성과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교 3학년은 대학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시기에 부족한 봉사시간을 채우느라 허덕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때는 담임교사가 ‘급조하는’ 봉사활동을 학교 안에서 하고 만다. 올해 부산 ㄷ고를 졸업한 황아무개(19)군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봉사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소년을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봉사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의 하나로 봉사활동 제도가 도입되고 15년이 흘렀지만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 백양고 오선영(16)양은 “가까운 파출소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경찰관 아저씨들이 ‘왜 왔냐’며 짜증만 내시고, 시간만 때우고 가는 학생으로 취급해서 속이 상했다”며 “봉사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직원분한테 실망했다”고 말했다.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백양고 이승희(고2)양은 “간호사가 꿈이라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견출지 붙이기, 붕대 감기 같은 간호사 업무와 별 상관 없는 일을 했다” “환자를 만나 직접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병원 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봉사활동 기관의 담당자는 학생 봉사활동을 ‘교육’이 아닌 자신이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 부산 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업무 때문에 바쁜데, 학생들이 봉사활동 할 거라고 방문하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백양고2) 한은지(동래여고 졸업) 한인섭(서울 충암고3) 김수현(경기여고3)
사회적 약자 위한 배려도 쑥쑥 서울 재현고 이세진(고3)군은 방학이나 휴일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거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정기적으로 꾸준히 활동을 하다 보니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고 지금은 내가 돕는 분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걸 기쁨으로 생각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군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면 더 좋았겠지만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의무적인 봉사활동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봉사활동 ‘마니아’가 된 이들이 많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봉사활동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한국교원대부설고 김아무개(고2)양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단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소질을 발견했고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혜나 경험을 얻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주에 한 번씩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지난해 여름에는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준 선물을 받은 학생은 많다.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해 여름 중국 우루무치로 일주일 동안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온 재현고 이용욱(고3)군은 “중국 현지에서 받은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세상에는 아직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내가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데 감사하며 살게 됐다”고 말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학생처장(역사교육과 교수)은 “학생들과 같이 꽃동네 등에 봉사활동을 나가 보면 처음에는 대부분 오만한 태도로 사회·경제적인 약자들한테 우월감을 내비치곤 한다”며 “그러나 나중에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인데 되레 배워 왔다며 그런 태도를 고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는 옛날에는 선택적으로 듣게 했던 사회봉사 과목을 근래에는 필수과목으로 정해 모든 학생들이 듣게 한다고 한다. 특히 봉사활동 의무제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입시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다. 부산의 김아무개(고2)양은 “성적으로 줄세워서 뽑힌 학생들보다 봉사활동으로 대학 간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것 같다”며 봉사활동을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김아무개(고2)양 역시 “인성은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데, 현재로서 대학이 학생의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봉사활동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3년 동안 15시간 정도만 봉사활동을 하면 감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반영해 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보면 학생부 비교과 영역 가운데 봉사활동이 포함되는 ‘활동사항’을 평가요소로 삼는 대학은 195곳 가운데 19곳이다. 그 가운데 가톨릭대, 부산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정시모집에서도 3~5% 정도로 봉사활동을 반영한다.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이 ‘시간’을 기준으로 봉사활동을 평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는 것이다. 부산의 공아무개(고2)양은 “봉사활동의 내용도 평가돼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봉사활동 시간이 그 아이의 인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고 홍주혜(고1)양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60시간 채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꺼번에 봉사활동을 몰아서 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 말고 새로운 방식이 고민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불암고 전준(고3)군은 “봉사활동을 평가할 때 시간과 함께 학생이 봉사활동 후에 쓴 소감 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신여고 안예은(고3)양은 “봉사기관에서 봉사자의 태도나 봉사 자세 등을 평가한 것을 학생부에 함께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고 제안했다. 이원경(한국교원대부설고2) 이유진(백양고2) 한주형(재현고3) 김민지(제주서중3)
■ 이래서 반대 (X) 시간때우기 교육 ‘귀찮은 강제사항’ ‘대리 확인증’ 부정행위 빈번해
‘아이템 부족’ 참여의미 못느껴 지난 3월 21일, ‘3·1 운동’ 90돌을 맞아 부산시 북구청에서는 ‘제11회 구포장터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열었다. 구청은 참가한 학생 모두에게 봉사활동 4시간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친구들을 대신해 확인증을 대리 수령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부산 낙동고 정아무개(고1)양은 “우리에겐 봉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봉사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야간자율학습으로, 주말에는 학원이나 과외 등으로 입시 공부에 바쁜 인문계고 학생들한테 봉사활동은 여전히 귀찮은 의무사항일 뿐이다. 많은 학생들은 현재 60시간을 반드시 채우도록 돼 있는 봉사활동에 반대한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둘러싼 여러 부정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산 양운고 김지언(고3)양은 “현재의 학생 봉사활동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을 충분히 구할 상황이 되는데도 고의로 구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과 비슷하다”며 “자발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의 영역을 의무로 제도화한 사마리아인 법이 부작용이 낳는 것처럼,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하는 봉사활동을 의무로 규정한 탓에 봉사활동 부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를 위한 봉사’에 그치는 학생들한테 ‘인성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것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앞서 근무한 학교에서 봉사활동 업무를 맡았던 이아무개 교사는 “월드비전이 주관하는 사랑의 동전 모으기 행사를 했는데, 돼지저금통을 동전으로 다 채워 오면 봉사시간으로 4시간을 줬다”며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지만, 거의 다 10원짜리였다”고 2년 전의 일을 회상했다. 의무로 강제하는 봉사활동은 오히려 ‘비교육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쓸모없다는 생각만 굳혀 가고 있다. 부산 백양고 정아무개(고2)양은 “이제껏 내가 채운 봉사 시간은 10시간 정도인데, 소풍 가서 교외정화활동 명목으로 받은 한두 시간 안팎의 시간과 평소에 학교에서 한두 시간 청소를 하고 얻은 것이다”며 “봉사의 참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외고 길다정(고3)양은 “입시와 맞물리는 상황에서는 봉사활동은 해야만 하는 것이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며 “60시간을 채워야 하는 현실은 봉사활동의 자발성과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교 3학년은 대학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시기에 부족한 봉사시간을 채우느라 허덕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때는 담임교사가 ‘급조하는’ 봉사활동을 학교 안에서 하고 만다. 올해 부산 ㄷ고를 졸업한 황아무개(19)군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봉사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소년을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봉사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의 하나로 봉사활동 제도가 도입되고 15년이 흘렀지만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 백양고 오선영(16)양은 “가까운 파출소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경찰관 아저씨들이 ‘왜 왔냐’며 짜증만 내시고, 시간만 때우고 가는 학생으로 취급해서 속이 상했다”며 “봉사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직원분한테 실망했다”고 말했다.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백양고 이승희(고2)양은 “간호사가 꿈이라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견출지 붙이기, 붕대 감기 같은 간호사 업무와 별 상관 없는 일을 했다” “환자를 만나 직접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병원 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봉사활동 기관의 담당자는 학생 봉사활동을 ‘교육’이 아닌 자신이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 부산 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업무 때문에 바쁜데, 학생들이 봉사활동 할 거라고 방문하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백양고2) 한은지(동래여고 졸업) 한인섭(서울 충암고3) 김수현(경기여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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