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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운동장 밑 공영주차장…버려진 ‘어린이 안전’

등록 2009-05-04 20:38수정 2009-05-04 22:25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사당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들이 방과후에도 보행자 보호용 차단대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놀이를 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사당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들이 방과후에도 보행자 보호용 차단대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놀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내 초중고 76곳 시설복합화 공사
계획확정 전 안전문제 논의할 회의 열린적 없어
수익도 좋지만 학교에 실내 골프연습장이 웬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언제 차 앞에 뛰어나올지 모르는데, 동네 차들이 다 모여드는 공영주차장을 만들겠다는 게 말이 되나요?” 서울 관악구 사당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학부모 ㄱ씨는 4일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교가 학교 운동장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확정하고 추진중인 것이 뒤늦게 알려진 까닭이다.

서울 일부 초등학교들이 ‘시설 복합화 사업’으로 학교 안에다 주차장이나 실내 골프연습장 등의 상업 공간을 건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2006~2008년 3년 동안 일어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15살 이하 어린이가 다친 교통사고는 모두 260건이었다. 4일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85.8%가 걷는 도중 사고를 당했는데, 이 가운데 등·하굣길 사고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교통수단은 승용차가 52.7%로 1위를 차지했다. 조사를 진행한 홍은광 관악구 진보신당협의회 위원장은 “등·하교 시간대에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강제 차량 진입제한 조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인데, 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장을 설치한다면 도리어 차를 ‘스쿨존’으로 끌어들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상업시설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할 전체 학부모 회의나 주민 회의는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서울 사당초등학교 쪽은 “62억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충당하고, 임대수익은 학교발전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뒤늦게 ‘안전한 등굣길 만들기 관악주민 모임’을 꾸려 학교와 관악구청에 항의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선 상태다.

서울 강남구 논현초등학교는 주차장 건설계획 확정 이전인 2007년에 벌인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72.9%가 반대했는데도, 2008년부터 주차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학기중인데도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시내 초·중·고교는 8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언주초·영희초 등은 주차장,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등 초등학생들과는 동떨어진 유료시설을 들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설 복합화 사업은 2001년 서울시가 각 구에 주차공간 확보 등을 위해 보낸 ‘학교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에 따라 시작됐다. 2009년 4월 현재 복합화 공사가 완공되거나 진행중인 서울 시내 학교는 76곳으로, 이 가운데 45곳이 초등학교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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