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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황지우 한예종 총장 사퇴 “문화부 표적감사”

등록 2009-05-19 17:04

“거취 물어 임기 지킨다고 하자 감사 들어와
12건 징계 등 처분 대학 자율성과 교권 침해”
황지우(56)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은 19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 규정 위반 적발과 관련해 "이번 감사는 전형적인 표적 감사"라며 "총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석관동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3월18일-5월1일 진행된 문화부 감사실 감사는 학교 17년 연혁 가운데 유례가 없는 '융단폭격식 감사'"라며 "감사 후반기에 접어들자 이번 감사가 총장퇴진과 한예종 구조개편을 겨냥한 전형적인 표적감사라는 것이 노골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초 문화부 예술국장이 학교를 찾아와 총장 거취를 물어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지키는 것이 학내 동요와 사회적 소음을 차단하는 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며 "이후 이내 감사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18일 저녁 6시에야 문화부로부터 한예종 종합감사 결과 통보를 받았다"며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이 요구된 문서 가운데 U-AT(유비쿼터스 앤 아트 테크놀로지) 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ㆍ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상당수가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본교의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날 문화부가 지적한 발전기금 유용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영수증 처리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고 여기에 대해서는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과연 총장 퇴진에 이를 만큼 중대한 비리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수긍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승인 없이 해외여행을 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몽골과 중국의 경우 휴가를 내고 다녀온 것이며 일본의 경우 휴일에 1박 다녀왔는데 휴일이라도 해외에 가면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한예종 도약을 위한 시도가 문화부 감사에 의해 완전히 봉쇄된 지경에 이르렀다"며 "식물상태에 빠진 총장직에 앉아있다는 것이 더이상 의미도 없고 무엇보다 나로 인해 본교에 몰려 있는 수압을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예종은 "총원의 의견을 모아 이번 감사 조치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황 총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3월초 예술국장 방문이 정부 측의 첫 사퇴압력이었나.

▲당시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사퇴 압력으로 보기는 어렵고 거취를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질문 맥락 속에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나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퇴 과정에서는 거의 논의되거나 암시하지 않았던 한예종 총장의 퇴진까지 암암리에 원하고 있구나 하는 의미는 전달받았다. 직접적인 사퇴와 관련된 명시적인 말들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화부가 밝힌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감사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언론에 구체적인 것들을 말하기가 제한돼 있다. 다만, 이미 언론에 흘러나왔던 부분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발전 기금 유용이라고 지적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7년 발전기금 사무국에서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총장 사진전을 제안해왔고 이를 받아들여 공무 시간 중 틈나는 대로 서울 인근을 찍었다. 필름, 현상ㆍ인화 비용 등 초기비용을 발전기금 측이 대고 사진전을 통해 목표액 10억 원, 현실적으로는 2억-3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기로 계획하면서 준비했다. 발전기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없어 내 카드로 초기비용을 결제하고 비서실에서 영수증을 제출해 처리했는데 중간에 비서가 교체된 시기에 다른 영수증이 섞여들어 갔다. 그 부분이 개인 유용으로 지적돼 있는데 이런 실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총장 퇴진에 이를 만큼 중대한 비리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수긍이 안 되고 이미 감사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소명됐다.

해외여행 부분 중 몽골 두 번, 중국 한 번은 총장으로서 할당된 개인 휴가기간에 휴가 신청해서 간 것이며 현지 대학의 공식 초청을 받아 간 교토 여행은 휴일에 다녀온 것이다. 휴일이더라도 해외 나가면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보고를 못 하고 갔는데 그 지적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

--규정 위반이 사실과 다름에도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고민을 했는데 내가 총장자리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완전히 식물총장이 됐다. 예산, 인사권, 학사운영 결정 등이 거의 동결상태에 있기 때문에 총장직에 머무는 것이 의미가 없다. 또 이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학생들, 교수님들을 제일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나의 도덕적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학교 전체를 볼모로 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시인으로서 자책감도 있었다. 문화부가 일방적으로 리모델링을 한다는 위협 속에서 학교 스스로 자기 갱생력이랄까, 강한 체질이랄까 이런 것들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총장이라고 하는 공직에 있다 보니 발언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제한돼 있었다. 그동안 문인으로서 이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야 함에도 발언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 나로서는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공직이라고 하는 족쇄에서 벗어나서 제 본디 자리로 돌아가서 문제를 제기할 건 제기하고, 절차나 법을 어겨서는 안 되겠지만 한예종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롭고 힘차게 말하고 싶다.

--추진하던 U-AT 통섭교육에 대해 중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작년 3월 유인촌 장관이 학교를 방문해서 가진 첫 업무보고 때부터 장관이 U-AT 통섭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고 이후 지난해 국회에서 통섭교육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그때 국회에서 장관께 'U-AT 통섭원' 계획은 접었으나 교육은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불가피하게 발전기금을 학교 기성회 쪽으로 지원해 9개 시범교과를 5개로 줄이고, 9개 통섭 랩을 하나로 통합한 수준에서라도 교육 과정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감사에서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퇴는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있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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