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에서 '교과 교실제'를 하기로 했다. 교과 교실이 있다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이고 시간 강사 4명과 행정 보조 인력 3명을 보내 준다고 하니 더욱 좋겠다. 아주 오랜만에 교과부가 교과부다운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아침 8시 20분에 시작해서 보충수업까지 하고 나면 18시 10분이 된다. 그리고는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이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시간들이다. 대학마냥 아이들이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받고 한두 시간은 쉬면서 배운 것을 가다듬을 틈이 있었으면 좋겠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이참에 학급을 없애면 어떨까 생각한다. 학급마다 보통 40명이 있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지만 어떤 수업은 아이들이 조금 많아도 그런대로 꾸려나갈 수 있고 어떤 수업은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다.
핑계로 들리겠지만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40명이란 숫자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몸으로 느낀다. 수학을 공부하는 재미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라 여겨져 안타깝다.
뭐 백여 명 모아놓고 재미나고 멋진 수업을 하는 족집게 강사도 있다지만 그런 재주는 타고 나질 못했으니, 수학시간 만이라도 학급을 반으로 갈라서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고 해도 말이다. 두 배로 느는 것은 참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공교육을 살리자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다. 하나는 학교를 학원처럼 만들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기르자는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는 공화국을 지켜나갈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나는 두 번째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산다. 그러나 공화국을 지켜나갈 시민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가 학원만 따라가선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만 하라고 내버려 두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소리 질러 아이들을 깨우고 닦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제대로 재미있는 수학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지금 이대로는 구준표가 와서 가르쳐도 제대로 아이들 모두를 집중하게 할 수 없다. 아주 작은 학급(학급마다 10명쯤)을 만들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학급을 없애버리고 교과목마다 알맞은 숫자의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게 하자. 반을 둘로 갈라 반은 수업을 하고 반은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뭐 이렇게 하면 따로 큰 돈이 들지도 않을까 싶다. 선생님들 수업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수업시간을 40분쯤으로 줄여도 좋겠다.
유연화가 있어야 할 곳은 노동시장이 아니라 학교라고 말해볼까.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학급이라는 것이 공화국과는 너무 안 어울린다. 오히려 군대에 있는 소대에 가깝다. 담임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일이 아이들을 끊임없이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이다. 파마 못하게 하고 머리 길이 재고, 화장한 아이 혼내고, 조회라도 있으면 줄 세우고 교장 선생님 말씀할 때 떠들지 못하게 하고, 아픈 아이들도 참고 공부하라고 보채고, 야자 도망간 아이들 벌주고, 등록금 밀렸다고 알려주는 일을 다 하고 나면 아이와 마주 앉아 꿈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들어줄 시간이 없다. 수업에 쓸 무엇인가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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