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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머리띠 두르기 전 학교개혁 노력해봤나”

등록 2009-05-22 19:23수정 2009-05-22 20:40

전교조 20주년을 맞아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오른쪽)과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대담이 1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교조 20주년을 맞아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오른쪽)과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대담이 19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① 전교조 20년 ‘빛과 그림자’
② 전교조, 전교조를 말하다
③전교조에 묻다

“전교조가 요즘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전교조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계의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1996~2004년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유인종(77)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는 지난 1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의 대담에서 “나도 8년 동안 교육감을 하면서 전교조와 참 많이도 싸웠다”고 술회한 뒤 이렇게 조언했다. 유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전교조와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협조도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 위원장에게 우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는 조급함’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교육의 흐름을 볼 때, 보편화(평준화)를 근간으로 지향하는 전교조의 교육 방향 자체는 현대 교육이론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기는 어렵죠. 그러다 보면 과격해지기도 쉽지요.” 조급한 마음이 과격한 투쟁방식을 낳고, 그러다 보면 같은 길로 가려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그동안 지나치게 조급하고 과격하게 운동을 했다는 안팎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전교조가 창립 10년 만인 1999년 합법화된 뒤, 오랫동안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한꺼번에 풀어내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순서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단순히 하나를 변화시키는 데 조급함을 느낄 것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
조급하다보니 과격해져
교원평가 대안 앞세워야
공감 얻는 방법 고민했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 방식을 놓고 유 교수는 특히 쓴소리를 했다. “정부가 말하는 교원평가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반대’만을 외치기에 앞서 전교조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별다른 대안 없이 반대로 일관하다 보니 전교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교원평가를 반대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교원평가 논의가 시작된 초창기에 전교조가 이에 대응하는 논리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를 들고 나온 것은 전교조 내부의 단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치명적이었다고 본다”며 “지금 상황에서 ‘교원평가 반대=밥그릇 지키기 투쟁’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일이 쉽지 않아 전교조로서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실제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전교조보다 더 반대하는 입장인데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전교조에 비판의 화살이 집중된 측면도 있다”며 “전교조가 자기의 무능을 감추려고 평가를 받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합법화 뒤 속도 조절 못해
‘밥그릇’ 편견깨기 큰 고민
국민과 함께 하는 변화 모색

유 교수는 전교조가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려면 전교조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육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던 초창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교육감으로 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밖에 나와 머리띠를 두르는 일이 아니어도 일선 학교에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바꿔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며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학부모와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학교를 더 많이 바꿔내려면 전교조 출신이 학교 단위에서 책임 있는 위치로 더 많이 진출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일선 학교의 교감·교장으로 더 많이 진출했다면 학교는 지금보다 더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그동안은 ‘내가 왜 교장이 되느냐’라는 식의 자세로 스스로 울타리를 쳤던 측면이 있죠.”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그런 선배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그만큼 전교조 교사들이 승진보다는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다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교장·교감으로 참여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대담이 마무리될 즈음, 정 위원장은 “실천 방법에 대한 성찰이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껏 전교조가 주장해온 참교육 기조는 옳았고 앞으로도 이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국민과 더욱 폭넓게 공감하기 위해 교실과 학교의 구체적인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20년 동안 우리 교육에 많은 공헌을 한 전교조가 교육감 선거 때마다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학은 철두철미하게 갖되 현장에서는 더 유연해지는 일이 절실하다”고 ‘외유내강’을 당부했다. <끝>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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