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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990년생 ‘로드스쿨러’의 배움여행

등록 2009-05-31 20:37

이보라씨, 고교 자퇴 뒤 8개월 해외로
봉사 깨우침 담은 ‘길은 학교다’ 출간
“나는 길 위에서 끝없이 뒹굴고 싶다”
‘로드스쿨러’(Road-schooler)라는 말이 있다.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학습공간을 넘나들면서 자기식으로 공부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다. 스승이 있는 공간이면 세상 모든 곳이 배움터라고 여기는 자기주도학습자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자퇴하다. 8개월 동안 혼자서 인도 등 아시아 8개국을 여행하다. 여행 중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다. 한국에 돌아온 뒤 학교 밖 친구들과 함께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을 하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를 만들다. 제7회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에서 관객상을 받다. 2008 대전독립영화제에서 같은 작품으로 장려상을 받다. 제10회 한국청소년영상제와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도 초청받다.”

1990년생 이보라씨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삶의 궤적이다.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로드스쿨러로 규정한다.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길은 학교다>(한겨레출판 펴냄)는 ‘길 위에서 그가 배운 것들’을 녹여놓은 책이다.

그는 책에서 “광합성이 불가능한 교실에서 넓은 세상을 꿈꿨다”고 털어놨다. 예절을 강요하는 기독교 기숙사 생활과 날마다 반복되는 주입식 학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인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현장을 경험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모님께 어렵게 허락을 받았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었던 이씨는 여행 계획도 스스로 짜고, 경비도 혼자 마련했다. 여행계획서를 짜서 출판사와 청소년 단체들에 보내고,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후원을 부탁해야 했다.

이씨의 여정은 길었다. 인도의 여러도시에서 시작해 네팔 → 타이 → 캄보디아 → 베트남 → 라오스 → 중국 → 티베트 → 다시 네팔로 이어지는 긴 여정 동안 그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인도에 모여 사는 티베트 난민들의 아기를 돌봐주는 일을 한 것에 대해 “처음엔 짜증만 나고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품에서 잠든 아기들을 보며 살아 있는 어린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티베트 민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는 썼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그는 ‘죽음을 기다리는 집’ 칼리가트에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들의 수발을 들고 빨래를 널면서 “어둡고 우울한 죽음이 아닌 찬란한 삶을 봤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로드스쿨링을 하는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다시는 다큐멘터리를 안 만들겠다고 마음먹지만, 이 작품으로 10대에 대한 화두를 이끌어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다. “나의 로드스쿨링과 나의 다큐멘터리는 무수한 지점에서 접목된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내게서 끝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될 때까지 나는 길 위에서 끝없이 뒹굴고 싶다.”(244쪽).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로드스쿨러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것은 결국은 모두를 죽게 할 ‘승자독식의 게임’을 그치게 할 비법을 그가 알아냈기 때문일 것”이라며 “지금을 살아가는 10대들과 그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장면을 상상하니 갑자기 아주 행복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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