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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술속 수학, 사회속 미술

등록 2009-06-07 16:57

미술시간에 수학을 배울 수 있을까? 창의력과 상상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가능해질 때 생긴다. 사진은 고영옥 교사가 학생들과 수업하는 모습.
미술시간에 수학을 배울 수 있을까? 창의력과 상상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가능해질 때 생긴다. 사진은 고영옥 교사가 학생들과 수업하는 모습.
수학도형=미술조형…지도 그리며 지리 공부
만들고 그리는 미술, 교과연계학습 ‘허브’ 역할
‘통합적 지식’ 습득 저절로…문제해결력 ‘쑥쑥’
창의 교육 현장 / 고영옥 미술교사의 교과연계수업

자동차는 고장난 휴대폰이다. 전봇대는 빈 음료수통이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은 일회용 숟가락이다. 도로를 이루는 구조물을 잡동사니로 재해석한 결과다. 지난 1일, 천안시 목천중의 미술 수업에서 학생들은 도로, 아이스링크, 공원 등의 생활환경을 재활용품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자판이 떨어져나간 키보드로 아이스링크의 관중석을 만들고, 배드민턴 셔틀콕으로 분수를 만드는 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한진경(14)양은 “내 주변에 있는 사물들에 도형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자동차를 휴대폰으로 단순화하면서 사각형을 보고, 빈 음료수통으로는 전봇대에서 원기둥을 발견한다. 미술 수업과 수학 수업이 만나는 현장이다. 미술의 영역은 사물에 감춰진 도형을 찾아내는 데까지다. 삼각형, 사각형, 원기둥 등 도형의 성질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수학의 영역이다. 고영옥(43) 교사가 2006년부터 해오고 있는 교과연계수업의 한 장면이다.

“얘들아, 너희 모형 다 만들면 수학 선생님께 넘길 거야.” “예? 왜요?”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미술과 수학의 만남은 목천중 학생들한테는 아직 생경하다. 고영옥 교사가 교과연계수업의 기틀을 닦은 곳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근무한 서천군 서천중에서다.

맨 처음, 고영옥 교사한테 교과연계수업은 고육지책이었다.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2005년에 돌아왔는데 수업 시수가 확 줄었더라고요. 다른 교과랑 손을 잡으면 아이들이 미술의 향내를 건너서라도 맡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우선 다른 교과의 교과서를 훑었다. 수학에서는 도형의 원리가 미술의 조형의 원리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고 사회는 지역사회 지도 그리기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교과 교사들을 ‘포섭’하는 일도 병행했다.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일상생활 속에 숨은 수학의 원리를 찾으러 다니던 수학 교사가 더듬이에 걸렸다.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는 연상이 일어나요.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통통 튀어나오죠.” 그 ‘통’을 빌려 모임의 이름을 ‘통사랑회’라고 지었다. 국어 1명, 과학 2명, 사회 2명, 수학 2명 그리고 미술 교과 담당 고영옥 교사가 뭉쳤다. 2006년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실시했던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 공모해 예산도 따냈다. 통사랑회의 ‘교과와 교과, 학교와 지역이 하나되는 교육’의 출발이었다.


8명의 교사들은 ‘서천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각기 다른 교과를 하나의 실로 뀄다. 국어, 과학, 미술, 사회 네 교과를 통합한 주제는 ‘서천읍내의 자연, 문화 환경’에 대한 수업이었다. 서천읍의 뒷골목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것은 사회 교과의 몫이었고 뒷골목에서 수집한 재활용품으로 화합물의 모형을 만드는 것은 과학 교과에서 소화했다. 국어 교과는 시를 통해 서천읍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수업을 했고 미술 수업에서는 서천의 이미지를 추상화로 그렸다.

각 교과가 끊임없이 조응하는 동안 아이들은 저희도 모르게 지식의 ‘통합적’ 본질을 깨닫는다. 고영옥 교사는 “우리는 교과의 경계가 너무나 분명해서 아이들은 각각의 배움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몰라요.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각 교과의 지식을 스스로 통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지식의 통합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통통’ 튀게 돕는다. 창의성의 발현이다. 당시 3학년이던 엄영민 군은 ‘서천의 올바른 발전방향’에 대해 “지역 주민들 간에 진정한 화합이 잘되지 않는다. 서천의 주민들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의 원자들과 같다”고 썼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과 개념이 만날 때 학생들은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키운다. 고영옥 교사는 “교육심리학적으로 볼 때 창의성을 문제해결력으로 이해하는데 이때 문제해결력은 크게 두 가지 개념이에요. 분산된 지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능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다양한 지식을 생산하는 것도 문제해결력이죠.” 지식의 확산과 수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교과연계수업은 학생들이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데 손색이 없는 교수법이다.

특히 교과연계수업에서 미술은 각 교과의 접점을 잇는 아교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활동을 하는 미술은 몸으로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요. 책상에 앉아 머리로 학습한 건 금세 까먹지만 이렇게 몸으로 학습한 지식은 언제든 튀어나오게 돼 있죠.” 자전거 타기를 한번 익히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듯이 몸으로 익힌 지식은 오래 살아남는다.

고영옥 교사가 교과연계수업의 모티프를 얻은 곳은 독일이다. 그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사범대학에서 미술 교수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교사들은 전공 두 개를 하거나 전공 하나에 부전공 두 개를 해야 해요. 선생님 혼자서도 교과와 교과를 연계하는 학습 프로그램 구상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독일 중·고교에서 교사를 하는 그의 친구들 가운데는 역사와 국어를 함께 가르치고, 수학과 미술을 같이 가르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그는 미술 전공에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교원양성체제가 다른 우리나라의 대안은 각 교과 교사들의 ‘협동학습’이 될 수 있다는 게 고영옥 교사의 생각이다.

고영옥 교사가 목천중으로 전근을 오면서 통사랑회는 해체됐다. 천안 시내 학교로 일주일에 두 번 순회교사로 파견되는 그는 목천중에서 교과연계수업을 위한 교사 모임을 꾸릴 여력이 없다. 그래도 교과연계수업은 계속된다.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요. 여러 교사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사이 어느새 제 미술 수업에 사회, 국어, 과학, 수학이 녹아 있더라고요.”

천안/글·사진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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