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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블로그] 한국인 가는 곳엔 사교육도 함께 간다.

등록 2009-06-23 14:18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한 친구로부터 요즘 쓰고 있는 독일 교육에 관한 내 글이 그 곳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며 현실성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한국사람 중에 내 글을 보고 ‘독일 아이들이 과외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따지고 드는 사람도 있었다.

독일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나 뒤셀도르프 등 몇몇 도시에 있는 한국학생들은 이곳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공부에 치여 한국에서처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며 하루도 빠짐없이 고액과외에 학원에 여전히 정신없이 살고 있다고 하니 어찌 생각하면 교육하기 이 좋은 나라에 살기만 할 뿐이지 전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지역은 선생님에 대한 선물공세도 만만치 않아 독일교사들의 버릇까지 나쁘게 들여 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하루 종일 바쁘고, 엄마들은 몇 년을 살아도 독일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고 명품만 사러 다니다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교포분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에 살아 본 경험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거기 사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몇 년을 여기 살면서도 독일어 책 들고 쫓아다니면 언어하나 제대로 배워가는 주부가 드물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키우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일이지만 그곳에서는 독일학교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인터내셔널스쿨에 보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독일 학부모들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성적이 부진한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독일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독일에서도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의 부모를 보면 저학년 때부터 남다른 정성을 기울인다. 그 정성이라는 것이 우리처럼 사교육에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의 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학습 자료를 챙겨야 하고, 진득하게 앉아서 숙제라도 함께 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여하튼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특성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 독일교육의 특성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부모들은 돈 만 있다면 독일보다는 편하게 뒷바라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어려운 것은 최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지 거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독일보다 한결 수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육 때문에 초긴장 상태로 살고 있는 한국 엄마들에게 돌 맞을 수도 있지만 독일에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돈만 있다면 한국이 편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해본 말이다. 차로 두세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도 너무 다른 교육환경에 놓여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격세지감이 든다. 교육하기 이 좋은 독일에서 잠시지만 아이나 부모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몇 년 후 다시 한국학교의 경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그런데 그 속에 살다보니 독일에 아주 살 사람들도 그 부류에 편승해 허덕이며 살고 있다는 좀 답답한 이야기도 들었다. 간혹 독일로의 조기유학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 모여 사는 곳으로는 보내지 말 것을 당부하곤 한다. 그런 교육을 위해서라면 굳이 독일까지 와서 외화를 낭비하며 아이들에게는 똑 같은 고생을 시킬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독일에서 생활을 하고 독일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고 해서 이들의 문화를 모두 알고 이들처럼 똑같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람은 어느 곳에 살던 명문학교와 명문대에 대한 개념을 버리지 못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헨이라는 도시는 한국인이 그리 많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도 여전히 한국 엄마들은 어느 학교가 좋은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교포들이 사는 곳에는 여전히 학원이 판을 치고, 미국 입시 시험인 SAT를 겨냥해 죽도록 공부한 한국 학생들이 최고득점자가 되었다고 자랑을 일삼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실이다.

같은 독일에 살면서도 내 글이 거짓말이라고 우길 정도로 독일교육이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 교육의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식 경쟁위주의 교육에 길들여진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되고 바람직한 제도권 교육이 자리 잡는다고 해도 사교육에 의해 좌우되는 우리 교육의 형태는 쉽게 변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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