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
유명희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
포스트 게놈 시대다. ‘나무’만 관찰하던 시대는 지났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생체분자인 단백질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7월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이하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사업단의 출범 계기와 그동안의 성과 등이 궁금해 지난 9일 유명희(55·사진)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장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단백질은 생명현상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생체분자다. 우리 몸 질병 중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는 5% 안팎에 불과하며, 대부분 단백질 이상으로 병이 생긴다. 프로테오믹스 연구는 생명현상 원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질병의 조기 진단 및 맞춤약품 개발에 핵심기술을 제공한다.”
프로테오믹스 연구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전 연구자들은 낚싯대로 고기를 잡듯 단백질을 하나씩 연구했다면, 프로테오믹스 연구자들은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것처럼 수백개의 단백질을 총체적으로 발굴해 연구한다. 프로테오믹스 연구는 단백질 사이의 차이점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하나씩 연구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구 시간이 줄어든다. 또 단백질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질병의 효과적인 치료뿐 아니라 예방도 가능하다.” 그간 프로테오믹스 사업단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최근 의료·보건계에선 질병의 사후치료보다 사전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질병의 조기 진단 및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사업단은 치매 및 유방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치매의 경우 기존엔 의사의 문진, 자기공명영상(MRI)의 뇌조직 관찰, 뇌척수액 채취 등으로 진단했다. 이런 방법들은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고 환자의 고통이 수반되는 단점이 있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혈액 채취만으로 치매를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 프로테오믹스 연구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단백질 연구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단백질이 연구자의 예측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백질 연구는 항상 도전적이다. 도전정신이 강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라면 단백질 연구자로서 자질이 있다.” 조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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