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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줄기세포 ‘황우석 쓰나미’ 헤치고 연구 또 연구

등록 2009-07-19 13:58

김종훈 교수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내배엽세포를, 내배엽세포에서 다시 췌장전구세포 및 간세포를 높은 효율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분화된 췌장세포는 당뇨병 치료에, 간세포는 각종 간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  김종훈 교수팀 제공
김종훈 교수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내배엽세포를, 내배엽세포에서 다시 췌장전구세포 및 간세포를 높은 효율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분화된 췌장세포는 당뇨병 치료에, 간세포는 각종 간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 김종훈 교수팀 제공
국내연구 논문 ‘게재불가’ 일쑤…신뢰회복 ‘안간힘’
이상훈·김종훈 교수, 파킨슨병·당뇨병 치료에 ‘도전’




5. 프로테오믹스이용사업단
6. 세포응용연구사업단
7. 뇌기능활용 및 뇌질환치료기술개발사업단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스타 과학자’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에 대한 열광은 2005년 5월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황 박사 팀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핵을 사람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의 언론과 학계는 ‘획기적인 성과’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한껏 고무된 우리나라 정부와 주요 언론,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은 황우석 박사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당시 한국 사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과학’이 스스로 ‘성찰’할 기회와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과는 비참했다. ‘시대의 영웅’은 6개월 후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렸다. 실험에 사용한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했을 뿐 아니라,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도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로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국제 저널에 투고한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이 ‘게재 불가’ 통보받기 일쑤였다. 실험 재료로 사용한 국내 배아줄기세포를 신뢰할 수 없단 이유도 한몫을 했다. 국내 연구자들은 세포응용연구사업단(단장 김동욱 연세대 교수)을 중심으로 국제 학계 신뢰 회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2007년 한국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논문 수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동욱 단장은 “기업은 제품의 품질로 승부하듯 연구자는 논문을 통해서 말한다”며 “그동안 사업단은 줄기세포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기술인 분화 연구에 집중해 국제 학계의 이목을 끌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뛰어난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지닌 두 명의 과학자를 추천했다.

지난 6월29일 한양대에서 만난 이상훈(49)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신경줄기세포를 다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로 순도 높게 분화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가 손상돼 발생한다. 이 교수의 기술은 파킨슨병의 세포치료 연구에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이 교수에게 이런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의 첫마디는 “운이 좋았다”였다. 그는 1994년 한양대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론 매케이(Ron McKay) 박사가 책임자로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 신경분자생물학 연구실(NINDS/NIH)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1998년은 마침 위스콘신대 의과대학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질환 치료 가능성이 부각된 시기였다. 그는 우연찮게 동료 연구자로부터 생쥐(mouse) 배아줄기세포 배양을 배우게 됐고, 줄기세포 배양액에 작은 변화를 줘 마침내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 분화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이상훈, 김종훈 교수
왼쪽부터 이상훈, 김종훈 교수

이 교수는 이후 10년 넘게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지원 아래 인간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법을 개선해, 이식 후 분화된 도파민 신경세포의 안전성 확보 등 파킨슨병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현재 줄기세포 연구 흐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줄기세포 배양과 분화, 이식 등의 기술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줄기세포를 이용한 조직재건 기전(메커니즘) 연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줄기세포가 어떻게 분열하고 이동하는지, 어떻게 분화하고 발현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파악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의 안전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김종훈(41) 고려대 교수는 이상훈 교수와 인연이 깊다. 한양대 생물학과에서 생식내분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부터 이 교수가 머물던 미국 국립보건원 신경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게 됐다. 당시 김 교수는 이 교수와 함께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80% 이상의 순도로 배양해내 파킨슨병에 걸린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김 교수는 고민이 생겼다. 신경세포 분화와 관련해선 기존 연구 성과뿐 아니라, 뛰어난 연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전공을 살려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가 쉽지 않은 췌장세포와 간세포에 도전하기로 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와 간세포를 제대로 분화시킬 수만 있다면 갈수록 환자가 늘고 있는 당뇨병, 특히 치명적인 제1형 당뇨병과 각종 간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2007년 김 교수는 마침내 그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연구지원을 받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췌장전구세포로 분화시켜,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 성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췌장전구세포를 췌장 베타세포로 분화시키는 일에 성공해야 합니다. 동물실험에선 이식된 췌장전구세포가 체내에서 스스로 췌장 베타세포로 분화해 기능을 수행했지만, 사람의 몸에 같은 효과를 보리란 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줄기세포의 분화 효율을 높이고, 효과적인 정제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 국내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안팎으로 맘고생이 심했다. 무엇보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감이, 하루아침에 깊은 반감으로 바뀐 걸 견디기 힘들어했다. ‘목욕물을 버릴 때 아이까지 함께 버리지 말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 시민과 과학자가 함께 줄기세포 연구의 옥석(玉石)을 가려내야 한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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