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에 중독이 강화되느냐, 완화되느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원칙을 세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스턴트·배달 음식 줄이고 ‘집 음식’ 먹기
학습만화·컴퓨터게임은 스스로 시간 조절
부모에게 과잉의존 않게 자율성 키워줘야
학습만화·컴퓨터게임은 스스로 시간 조절
부모에게 과잉의존 않게 자율성 키워줘야
여름방학은 생활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중독성이 강한 생활습관은 방학중에 확실히 그 뿌리를 뽑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학이라는 기간이 지니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중독 성향은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학기간 중에 깊어질 가능성이 높은 일상생활 속의 중독 3가지에 대해 <함께하는 교육>이 짚어봤다. 1. 배달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 중독 피자, 치킨, 짜장면과 같은 배달음식이 한국만큼 발달한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집집마다 몇봉지씩은 꼭 보관하고 있는 라면이나, 외식 후에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은 또 어떤가. 이런 자극적인 음식으로 길들여진 아이들은 어른으로 성장해도 그 음식을 즐겨 찾게 된다. 인스턴트 식품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아토피 증상의 원인도 이런 음식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방학 때가 되면 또래들끼리 모이는 일이 잦아지고, 가족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진다. 학기 중에는 음식 관리를 꼼꼼히 하던 부모들도 방학 때가 되면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한번 먹게 해줘야지’라거나 ‘배달음식으로 한끼를 때우는 게 편하겠다’고 마음먹기 쉽다. 이렇게 되면 인스턴트 중독은 방학중에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방학 때라도 가능한 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생활 수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식단을 짤 때도 된장이나 청국장,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먹음으로써 아이의 입맛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게 좋다. 간식으로는 집에서 직접 찐 옥수수·감자·고구마나 흰쌀 떡, 누룽지 등을 먹는 게 좋고, 음료수도 집에서 끓인 차 종류를 마시게 한다.
2. 학습만화와 컴퓨터 게임 중독 만화는 무조건 읽지 못하도록 할 수 없는 종류의 책이다. 특히 최근에는 학습만화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종의 또래문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학습만화까지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신 학습만화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봐야 한다. 장점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데 있다. 과학·역사·경제 등은 아이들이 특별히 힘들어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그러나 만화의 내용을 학습의 전부로 여기게 되면 곤란하다. 만화의 내용은 전체 학습 내용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만화만 읽게 되면 자칫 어휘력이 빈곤해지거나 세밀한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학습만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학습만화를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 인식하고 활용해야 한다. 본격적인 학습을 보완하는 구실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단행본 3권을 보면 학습만화 1권씩을 보자’는 식으로,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약속을 해두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컴퓨터 중독 실태는 학습만화 중독보다 심각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실시한 ‘2007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9살~12살 어린이 가운데 11% 정도가 ‘잠재적 위험 사용자’로 분류됐다. 당장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사용자’ 비율은 1.5%에 이르렀다. 방학 때는 이런 현상이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다. 컴퓨터 중독은 보통 게임 중독과 맞물려 있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해 ‘컴퓨터 게임 속의 내가 실제의 나보다 더 좋다’거나 ‘내 게임 캐릭터가 다치거나 죽으면 실제로 내가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식의 답변이 나오면 위험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계획했던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다른 할 일이 많아도 우선 게임부터 하자는 식이어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이라면 하루 사용시간을 1시간 안팎으로 하는 게 적당하다. 2시간을 넘겨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시간 조절을 하도록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시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된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누리집(gamemedia.or.kr) 같은 곳에 가면 컴퓨터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컴퓨터 사용시간을 적는 ‘가족 사용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 3. 부모에 대한 과잉 의존 중독 자녀 수가 적기 때문에 요즘 아동들은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한결같이 높다. 그런데 (아이의)‘과잉의존’은 (부모의) ‘과잉보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과잉보호를 지속하게 되니까 과잉 의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자명한 진실을 부모들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해서 아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아이가 시도하기도 전에 부모가 해결해줌으로써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열등감을 지니게 된다는 데 있다. 자신감과 자긍심의 원천이 되는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래와의 건전한 관계 형성이나 사회성 확립에도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최소한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학교생활이 없는 방학 기간은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의존도가 가장 높아질 수 있는 시기다. 24시간 전부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생활로 돌아오게 되면 자율성은 바닥을 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부모의 단호한 태도다. 무조건 아이의 요구에 끌려가게 되면 의존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자율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이러저런 생활의 약속을 하고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주 단위, 또는 하루 단위의 약속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지를 확인하고 함께 점검해주는 방식이 무난하다. 약속을 지킴으로써 책임감이 생기고 부모와의 관계도 건강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반응을 아이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본다. 자율성 발달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들에게서는 일관성이 부족한 면을 볼 수 있는데, 아이가 울거나 힘들어하면 쉽게 규칙을 버린다. 그럴수록 아이의 책임감을 길러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된다. 아이를 야단칠 일이 생겼을 때는 실수와 잘못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실수한 것을 두고 잘못한 것처럼 야단치면 안 된다. 행동을 미리 예시하면 안 된다. 아이가 할 일을 시간 순서대로 일러주지 말라는 것이다. 일일이 통제하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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