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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제고사가 훔쳐간 방학

등록 2009-07-28 07:15

 지난 24일 오후 인천 ㅅ중학교 학생들이 보충수업이 끝난 뒤 교문을 나서고 있다. 이 학교는 여름방학 중에 2주 동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강제 보충수업’을 한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 ㅅ중학교 학생들이 보충수업이 끝난 뒤 교문을 나서고 있다. 이 학교는 여름방학 중에 2주 동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강제 보충수업’을 한다.
일제고사 성적 올리려 학교들 보충수업 경쟁
억지 수업에 피시방 돌고 출석 체크만 하는 학생도
[현장] 강제 보충수업에 웃음잃은 학생들

지난 24일 아침 8시30분, 인천 ㅅ중학교 정문 앞.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지어 교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15일에 방학을 했지만, 학생들 얼굴에선 방학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방학식을 한 뒤 이 학교 학생들이 누린 휴식시간은 일요일을 빼면 단 사흘이었다. 월요일인 20일부터 1~3학년 거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강제 보충수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2주 동안 아침 9시부터 낮 12시10분까지 학기중과 마찬가지로 선생님들에게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다섯 과목 수업을 듣는다.

보충수업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어서 원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해야 하지만,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 앞에서 만난 3학년 김아무개군은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나오게 됐다”며 “같은 반 친구들 절반 이상이 싫어했는데 결국 신청을 안 한 친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ㅅ중이 방학에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 강제 보충수업을 하는 것은 지난해 10년 만에 부활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의 영향이 크다. 2학년 이아무개군은 “담임 선생님이 ‘지난해 일제고사에서 인천지역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모두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오는 10월에 보는 시험에서 또 성적이 안 좋으면 겨울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야 할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아무개 교사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ㄷ중, ㅂ중 등도 비슷한 형태의 방학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2월 처음으로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된 뒤로 교육청들이 성적 올리기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천은 지난해 일제고사 결과, 영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이 초등학생은 77%, 고등학생은 60%에 머물러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각각 14위와 13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성적을 공개한 직후 인천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향상 실적이 좋지 않은 학교장은 성과급을 삭감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했다.

ㅅ중 교장은 “보충수업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한 학생들을 설득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학교들도 다 공부를 시키는데 우리만 안 시키면 우리 아이들만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학 때 강제로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곳은 인천만이 아니다. 대구·경남·충북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제 보충수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남 남해에는 여름방학 4주 동안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초등학교도 있고, 대구에서도 상당수 중학교들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국·영·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억지성 보충수업이다 보니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인천 ㅅ중 2학년 박아무개양은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들은 학급에 5∼6명밖에 없다”며 “수업 중간중간 학교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애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ㅅ중 앞에서는 수업시간에도 피시방 등 주변을 서성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날 때 들어가서 출석 체크만 하면 된다”며 “억지로 학교 나오라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라고 말했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밤 9시입니다. 이런 게 무슨 방학이에요?”

하굣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ㅅ중 3학년 김아무개군의 푸념이다. 인천/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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