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반도체 간의 결합은 원자 배열과 물질 특성이 달라 표면에 많은 결함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그림 ①) 오재응 교수팀은 최근 ‘나노 양자점’이 결함 주변에 몰리는 표면이동 현상을 이용해 기존 기술보다 결함을 100분의 1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그림 ②) 오재응 교수팀 제공
오재응 교수 ‘화합물 반도체’ 원천기술 개발
결함 줄이고 속도 10배 향상…비싼 가격 과제
결함 줄이고 속도 10배 향상…비싼 가격 과제
10. 나노메카트로닉스사업단
11.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12.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1940년대 초창기 컴퓨터의 연산과 기억을 담당한 장치는 ‘진공관’이었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엔 자그마치 1만7468개의 진공관이 장착돼 있었다. 진공관은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깨지기 일쑤였고, 열이 많이 나 전기를 많이 소모했다. 또 부피를 줄일 수 없어 소형화에 한계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진공관을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찾아나섰다. 그러던 중 게르마늄(Ge)과 실리콘(Si·규소) 등 반도체에 불순물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47년 12월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은 진공관을 대체할 ‘트랜지스터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전자제품의 소형화와 대중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꽃’이자 ‘첨단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정보통신기술(IT)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됐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연간 2500억달러 규모다. 이 시장의 90% 이상을 ‘실리콘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은 열에 강하고,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지구에서 산소 다음으로 흔한 물질이다. 기능뿐 아니라 경제성도 뛰어난 재료다. 그러나 실리콘 반도체는 전자 이동속도가 느리고, 빛을 내지 못하며, 10㎚보다 작게 가공하기 힘든 약점이 있다. 또 2GHz 이상의 고주파를 가하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 휴대전화 같은 이동통신기기에 사용할 수 없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이면 실리콘 반도체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재응 (50) 교수
오 교수는 언제부터 ‘화합물 반도체’ 연구에 매진하게 됐을까? “대학원 석사과정부터입니다. 고민 끝에 결정한 미국 유학이 큰 전환점이 됐죠.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에서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한 태양 전지 개발을 연구했습니다.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효율이 높아 태양 전지에 많이 사용됩니다. 또 박사과정에선 인공위성 통신용 화합물 반도체를 연구했습니다. 화합물 반도체가 지닌 장점들을 폭넓게 경험한 셈이죠.” 유학 생활을 마치고 1989년 귀국한 오 교수는 당시 ‘꿈의 반도체’로 각광받던 화합물 반도체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성과가 쉬이 나오지 않자 기업 등의 연구비 지원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곤혹스러웠다. “2000년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연구과제 공모에 안티모니 계열의 반도체를 실리콘 기판 위에 성장시키는 기술 개발을 제안했죠. 반대가 심했습니다. 당시 대다수 연구자들은 이 기술의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죠. 다행히 이조원 단장님 등 몇 분의 도움으로 연구과제에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반도체 산업의 선도자인 인텔사가 2004년 국제 반도체 기술 관련 로드맵에서 2020년 차세대 반도체로 탄소나노튜브, 실리콘 나노와이어와 함께 화합물 반도체를 지목하면서 큰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오 교수팀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그의 기술은 꽃피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 자세히 알기 ● 반도체 (semiconductor) 철, 구리 등 금속은 전기저항이 작아 전류가 잘 흐른다. 이에 반해 고무, 유리 등 비금속은 전기저항이 커 전류가 잘 흐르지 않는다. 전자를 도체, 후자를 부도체라 한다. 실리콘(Si), 게르마늄(Ge) 등 주기율표 4족에 속하는 반도체는 온도와 빛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지는 성질을 띤다. 또 ‘도핑’이라 이르는 불순물 첨가로 전기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1947년 전자회로 부품으로 ‘진공관’ 대신 ‘트랜지스터 반도체 소자’가 처음 개발됐다. 이후 반도체 칩 위에 각종 전자 소자를 집적시킨 집적회로(IC)와, 집적회로에 중앙처리장치(CPU)를 넣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차례로 개발되면서 전자제품의 소형화와 대중화가 가능해졌다. ● (나노) 양자점 (quantum dot)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나노 소재 중 하나다. 2∼10㎚ 크기의 중심체에 황화아연(ZnS)으로 이뤄진 껍질로 구성된다. 껍질 밖 표면은 고분자로 코팅하기 때문에 양자점은 통상 10∼15㎚ 크기가 된다. 양자점의 중심체로는 카드뮴셀레나이드(CdSe), 황화카드뮴(CdS) 등이 주로 쓰인다. 양자점은 전자의 거동을 0차원에서 구속시킬 수 있다. 그래서 양자점 구조에선 고전물리에선 관찰되지 않는 양자효과들이 나타난다. 양자점은 입자가 작을수록 짧은 파장의 빛이 발생하고, 입자가 클수록 긴 파장의 빛이 발생하는 독특한 성질을 지녔다. 양자점은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와,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 등에 널리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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