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동의안하면 교과서 수정 못해…
정부는 검정취소나 발행정지만 가능”
출판사엔 ‘어쩔수없는 처지’ 인정 눈길
정부는 검정취소나 발행정지만 가능”
출판사엔 ‘어쩔수없는 처지’ 인정 눈길
법원,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배포 금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를 받아 출판사가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수정한 것에 반발한 저자들이 출판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학문의 자유 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교과서 수정을 밀어붙였던 정부는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 판결 의미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정부가 교과서 수정 지시 권한을 어느 선까지 가질 수 있느냐였다. 출판사 쪽은 ‘교과부 장관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수정을 명할 수 있다’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저자와의 출판계약 조건 등을 들어 “저자와 발행자는 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 등 저자들은 “출판사와 맺은 약정은 ‘수정·개편 등 행정적인 절차에 성실히 따른다’는 내용이지 정부가 마음대로 교과서 내용을 고치는 데 동의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교과부의 지시가 있더라도 저자들이 동의해야만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저자나 발행자가 수정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교과부 장관이 검정 합격을 취소하거나 발행 정지를 명령할 수는 있어도, 임의로 교과서를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정된 교과서의 발행과 판매, 배포를 금지하면서도 출판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교과부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을 고려해 최소화했다. 출판사의 수정 행위는 교과부의 검정 취소 또는 발행 정지가 예정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인호 금성출판사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4500여명 임직원의 대표이사로서 교과서 문제로 회사 경영이 위험 수위에 이르러, 고통스럽지만 결단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은 사실상 교과부 조처의 불법성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자들이 재판 내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학문의 자유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해온 상황에서,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정부가 주도한 역사 교과서 수정 작업의 위법성을 경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판결이 나온 뒤 금성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는 다른 출판물과 달리 집필 과정 전체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번 판결은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본다”며 “출판사 처지에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학교에 미칠 영향 교과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수정된 교과서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저자들이 같은 취지로 지난해 12월 낸 가처분 신청은 법원이 기각한 바 있으므로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을 보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교과부가 수정 명령을 하면 저자와 출판사는 따라야 한다”며 출판사 쪽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당장 일선 학교에서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는 전국 2139개 고교 가운데 919곳이 선택(채택률 43%)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는 교과서다. 교과부의 태도를 놓고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2012년부터는 국사와 세계사, 근현대사를 묶은 새 역사 교과서가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이날 판결이 나온 뒤 금성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는 다른 출판물과 달리 집필 과정 전체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번 판결은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본다”며 “출판사 처지에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학교에 미칠 영향 교과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수정된 교과서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저자들이 같은 취지로 지난해 12월 낸 가처분 신청은 법원이 기각한 바 있으므로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을 보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교과부가 수정 명령을 하면 저자와 출판사는 따라야 한다”며 출판사 쪽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당장 일선 학교에서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는 전국 2139개 고교 가운데 919곳이 선택(채택률 43%)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는 교과서다. 교과부의 태도를 놓고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2012년부터는 국사와 세계사, 근현대사를 묶은 새 역사 교과서가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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