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동·서양 고전 철학사는 '닮은 꼴' |
희랍의 디오게네스는 일체 사회적 체면 등을 무시하고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개’라고 놀렸다. 그런 그가 하루는 털 뽑은 벌거숭이 닭을 들고 플라톤에게 찾아가서 던졌다. 플라톤이 “인간은 털 없는 두발 짐승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당시 알려졌는데, 이와 같이 정의하면 ‘털 뽑은 닭’도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가 <순자>에도 나온다. “사람의 특징을 ‘두 발과 털 없는 것(二足而無毛)’으로만 말할 수 없다. 분별심이 있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희랍 고전 철학의 흐름은 공자-맹자-순자로 이어지는 고전 유학의 흐름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의 전형을 보여 주어 엄청난 존경을 이끌어 내고, 제자들이 스승과 한 대화를 기록한 점에서 일치한다. 맹자와 플라톤은 자기 스승의 전통을 최대한 이상적인 형태로 전개한 점에서 똑같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순자는 각각 자기 전통에서 너무 이상에 치우친 것을 현실의 관점으로 끌어내리고 체계화한 점에서 공통된다.
순자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좀 더 비교해 보자면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이들의 철학사적 위치는 놀랍게도 닮아 있다. 첫째, 이들은 최초로 논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전문적인 학자’였다. 이전까지는 그저 대화한 것을 기록하는 수준이었다. 둘째, 서로 다른 주장이나 논쟁을 정리할 수 있는 ‘논리학’을 체계화한 점이 일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을 체계화하였고, 순자는 개념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正名)을 체계화하였다. 셋째, 이들은 이전과 달리 인문학과 철학을 추구하면서도 자연학을 중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순자의 자연관(天論)은 중국철학사에서 가장 이지적이고 우수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넷째, 이들은 고대사상을 종합한 사상사적 위치가 일치한다. 두 사람 모두 대학교 총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운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김수중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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