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kV-50MVA급 초전도 케이블 단면(왼쪽)과 2007년 전북 고창에 있는 한국전력 실증시험센터에 22.9kV-50MVA급 100m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한 모습(오른쪽). 조전욱 박사 팀은 국제공인기관 입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조전욱 박사 팀 제공
구리선보다 작고 송전용량 5배 큰 ‘고온 초전도 케이블’ 개발
상용화시 초고화 변전소 필요없어…세계 최고 용량급 연구중
상용화시 초고화 변전소 필요없어…세계 최고 용량급 연구중
14.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
15.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
16. 수자원지속적확보기술개발사업단
현재 우리나라엔 작은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포함해 약 600개의 발전소가 있다. 이들은 화석연료나 원자력, 수력 등을 깨끗하고 편리한 ‘전기에너지’로 바꿔준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76만5천V 또는 34만5천V의 높은 전압으로 구리로 만들어진 송배전선을 타고 공장이나 가정에 공급된다. 이때 높은 전압을 낮추기 위해 변전소와 주상변압기 등이 필요하다. 감전의 위험과 전자기파 유해 논란, 변압시설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송전전압을 높이는 이유는 무얼까? 송전 과정에서 전력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전압(V)을 높여 전류(I)를 적게 흐르게 하면 도선저항(R)으로 빠져나가는 열(I²R)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만, 지난해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된 전력량은 총 전력생산량의 4%에 이른다. 원자력발전소 3개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치다.
조전욱 박사
“초전도 케이블 연구 초기엔 액체질소로 알루미늄을, 액체헬륨으로 니오브(Nb)-주석(Sn) 합금을 초전도체로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초전도 케이블 연구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게 됐습니다. 다행히 2001년 정부의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이 선정되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가의 장기적인 지원 아래 안정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자, 2005년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기존 구리 케이블보다 크기는 3분의 1밖에 안 되면서 송전 용량은 5배 이상 큰 ‘22.9kV 고온 초전도 케이블’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2007년 22.9kV-50MVA급 100m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을 전북 고창에 있는 한국전력 실증시험센터에 설치해 국제공인기관 입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현재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세계 최고 전압과 용량인 154kV-1GVA급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 실증시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초전도 케이블 연구에 미국이나 일본보다 10년 늦게 뛰어들었지만, 정부의 지원과 공동연구에 나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선진국들과 대등한 기술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건축물에 벽돌이 필요하듯이, 모든 전기기기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도선이 필요하다. 20세기엔 구리 전선이 대세였다. 값이 싸면서도 전기전도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리선은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최근 전력 분야에서 구리선의 대안으로 초전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력 손실이 없고, 구리선보다 100배 이상의 전류가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21세기 초전도 전선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10~20년 후면 우리 주변에서 고압선 철탑을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초전도 케이블의 확산으로 낮은 전압에서도 송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2030년쯤엔 액체수소를 절연체로 사용하는 초전도 케이블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초전도 케이블은 전기에너지의 통로일 뿐 아니라 수소에너지의 통로로도 활용이 가능해질 겁니다.” 현대인에게 전기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존재다. 초전도 기술은 이런 전기에너지를 더욱 안전하고 더욱 풍부하게 공급할 것이다. 창원/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 자세히 알기 ● 전력손실은 왜 일어날까? 전류가 잘 흐르는 금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적으로 배열된 원자핵 사이를 전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관찰할 수 있다. 이 금속에 전압이 걸리면 자유전자들은 한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전자들은 격자진동하는 원자핵이나 금속 내부에 존재하는 불순물 등과 충돌해 열이 나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이러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성질을 전기저항(Resistence)이라 부른다. 전기저항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불순물이 많을수록 크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주로 구리선을 타고 각 공장이나 가정에 보내지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저항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 이때 전력손실은 전류 세기의 제곱(I²)과 저항(R)의 크기에 비례한다. ● 초전도체는 어떻게 저항이 0이 될까? 도체인 금속을 차게 하면 원자핵의 격자진동이 약해져 전자들과의 충돌이 줄어든다. 전기저항이 작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온도 0K(-273℃) 이상에선 격자진동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전기저항이 0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1911년 네덜란드 과학자 카메를링 오너스가 초전도체를 처음 발견하자 과학자들은 당황했다. 초전도체 전자들은 어떻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지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1957년 미국의 물리학자 바딘, 쿠퍼, 슈리퍼는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결정적 이론을 제시했다. 임계온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면 금속 내 전자들이 서로 반발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잡아당겨 짝을 이룬 후 금속 내 저항의 원인이 되는 모든 장애물들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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