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촬영을 위해 세트장에서 배 모형을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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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선정성 뒤에 감추어진 방송의 구조를 학생들과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방송의 구조를 알면 시청자의 올바른 태도와 역할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프로그램 제작비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작가의 원고료, 출연료, 비정규직 인건비, 촬영 경비, 의상비, 세트비 등으로 구성된다. 2003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유형별 10분당 평균 제작비는 주간 드라마 900만~950만원, 일일 드라마 370만~420만원, 연예오락 370만~400만원, 퀴즈·게임 300만~320만원, 다큐멘터리 350만~380만원, 교양·정보 150만~200만원이라고 한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은 세트 제작비 100억원 등 100부작에 350억원, 〈해신〉은 50부작에 150억원, 〈토지〉는 50부작에 10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다. 이런 제작비는 대부분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 공중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별 광고 단가(15초 기준)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은 200만원 안팎, 아침 드라마는 400만원 안팎, 주말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 등은 1천만원 안팎이며, 일요일 아침 6시 프로그램은 60만~80만원대로 천차만별이다. 인기 드라마는 모두 24개 정도의 광고가 나가므로 한 회당 약 2억4천만원을 받게 된다. 광고주는 방송사에 광고비를 주고 시청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해서 물건 판매를 늘리고, 방송사는 광고를 내보내고 받은 광고비로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시청자는 프로그램과 함께 광고를 시청한 뒤 광고주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방송의 순환 구조다. 따라서 광고비를 더 받기 위해 시청률을 높여야만 한다. 시청률이 낮거나 떨어지면 제작비 삭감이나 조기 종영으로 이어져 기획 및 제작 단계에서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유익하고 기획 의도가 좋아도 일정한 시청률이 나올 것 같지 않으면 제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거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 내용을 봐도 3각, 4각 관계가 주를 이루고,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된 소재다. 시청자들의 즉흥적인 채널 선택으로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교양과 오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드라마에서도 시트콤이 강세를 보이는 등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오락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시청자의 시청 태도에 따라 방송의 순환 구조가 선순환이 되게 할 수도 있고 악순환이 되게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방송의 질은 시청자에게 달려 있다. 프로그램을 고르는 기준을 돌아보게 하고, 유익한 베스트 프로그램 10개 정도를 토의를 통해 선정해 보도록 한다.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면 올바른 시청자의 역할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 김수진/시흥 하중초등학교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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