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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8:30 수정 : 2005.01.16 18:30

언론보도·시민단체 압박 결정적 구실

■ 사퇴의 배경

지난 1월 7일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3일만에 사퇴했다. 자진 사퇴라는 형식을 띠기는 했지만 시민단체와 언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해고’나 다름없다. 이 전 부총리는 도덕적 결함,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의 판공비 부당 사용과 사외 이사 겸직 등이 문제가 되어 “도덕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장남의 국적 문제와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 부동산 문제 등이 차례로 밝혀짐에 따라 그의 사퇴를 바라는 여론은 높아져만 갔다. 이에 따라, 자신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이 부족하지만 도와달라”고 했던 이 전 부총리는 결국 3일만에 퇴직하게 되고 만 것이다.

■ 모럴 해저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덕적 해이’는 ‘moral hazard’를 번역한 것으로 사실은 ‘도덕적 위험’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모럴 해저드란 경제·사회 학자들이 쓰던 용어로, 보험 산업에서 사용되던 말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인 거래나 계약에서 정보의 주체가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말한다. 즉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넓게는 ‘도덕 의식의 부재, 해이’의 의미로 쓰인다.

이 전 부총리는 자신의 과오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수장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모럴 해저드의 한 문제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벌거벗은 사회

이번에 이 전 부총리를 자진사퇴의 길로 이끈 것은 시민 단체와 미디어의 힘이었다. 장남의 문제나 부동산의 문제처럼 정부가 밝혀내지 못한 것들을 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이 밝혀내고 여기에 시민단체의 압박이 가해지자 이를 이기지 못해 자진 사퇴의 길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온라인 저널리즘과 흔히 마이너 신문이라 불리는 언론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제보하고 접하는 24시간 감시 체제가 가능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처럼 온라인 저널리즘이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를 일부 사회학자들은 ‘네이키드 소사이어티’(naked society), 즉 벌거벗은 사회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흔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거대 신문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언론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이만기/언어영역‘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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