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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8:47 수정 : 2005.01.16 18:47



중국 바다링(八達嶺)의 장성에 올라서서 주변을 돌아보니 긴 성이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그림 1) 이 장성은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만리장성의 일부다.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성벽을 바라보면 고대 중국인들의 축조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성벽 위의 눈 덮인 길은 잠시만 서 있어도 매서운 바람에 손발이 시려서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성벽을 쌓았을 이들을 떠올리니 순간 내딛는 발걸음이 두려워졌다. 부모형제나 처자와 헤어져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성벽을 만들다 죽어간 사람들이 바로 이 성벽 밑에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 밑에 피와 땀에 얼룩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묻혀 있다는 점에서 만리장성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인 셈이다.

관찰하고 추측하기

1. 만리장성의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밑에 드문드문 구멍이 나 있는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수평을 유지하다 기울어져 있다.(그림 2) 이 구멍은 어떤 용도로 만든 것일까? 추측을 해 보기 위해 우리나라 성곽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조선시대 초기의 대표적 성곽인 서울성곽(낙산성곽)은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구멍의 간격이 더 가깝다.(그림 3) 서울성곽의 구멍 중 바닥돌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수평인 것(그림 4)이 있고, 바닥돌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것(그림 5)이 있다. 수평인 것은 멀리 보기 위해서이고, 기울어진 것은 가까이 보기 위해서다. 만리장성의 성벽 구멍은 험준한 지형을 고려한 발상이었을까?

2. 만리장성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원래 만리장성은 동쪽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 간쑤(甘肅)성 자위관(嘉關)까지 성벽 길이가 약 6700km였다고 한다. 지난 2001년 티베트의 관문인 위먼(玉門)에서 티베트 끝단 뤄부보(羅布泊)까지 성벽 길이가 약 500km인 토담으로 된 장성이 발견되었다. 비록 이어진 장성은 아니지만 이 길이까지 합하면 만리장성의 길이는 약 7200km인 셈이다. 그렇다면 만리장성은 몇 리나 될까? 중국에선 500m가 1리이므로, 1km는 2리이고 5㎞가 10리다. 중국의 기준으로 보면 만리장성의 길이는 1만4400리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4km가 10리이므로 1km는 2.5리이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만리장성의 길이는 1만8000리인 셈이다. 결국 만리장성은 어느 기준에서건 1만리가 넘는 셈이다.

만약 달에서 만리장성을 바라보면 보일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약 38만4400km인 것에 비해 만리장성의 너비는 기껏해야 7m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측은 사고력 향상의 첫 걸음이다. 속담을 기억하자. ‘만리 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heung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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