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6 18:49
수정 : 2005.01.16 18:49
여신들이 세상을 창조했던 태초의 시기가 끝나면 남신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제우스가 최고신이 되어 하늘을 통치하고, 포세이돈이 바다를, 하데스가 지하세계를 각기 맡아 다스린다. 그 외에도 많은 신들이 나름의 분야를 맡는다. 물론 여신들도 있지만 이제 남신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된다. 남신들의 시대에 와서 동양신화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동양에서는 다섯 명의 큰 신이 세계를 동, 서, 남, 북, 중, 이렇게 다섯 방향으로 나누어 지배했다. 이 다섯 방향 곧 오방은 단순히 방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섯 가지 방향이 갖는 우주의 기운 그리고 그 기운에서 파생된 계절, 기후, 동식물 등 세상의 모든 현상을 포함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이 다섯 방향의 신들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동방을 지배하는 큰 신은 태호인데 이 신은 나무의 기운을 주관했다. 그리고 구망이라는 신이 태호를 보좌했는데 이 신은 그림쇠(컴퍼스)를 들고 봄을 다스렸다. 다음으로 서방을 지배하는 큰 신은 소호인데 이 신은 쇠의 기운을 주관했다. 그리고 욕수라는 신이 소호를 보좌했는데 이 신은 곱자(기역자)를 들고 가을을 다스렸다. 다음으로 남방을 지배하는 큰 신은 염제인데 이 신은 불의 기운을 주관했다. 그리고 축융이라는 신이 염제를 보좌했는데 이 신은 저울을 들고 여름을 다스렸다. 다음으로 북방을 지배하는 큰 신은 전욱인데 이 신은 물의 기운을 주관했다. 그리고 현명이라는 신이 전욱을 보좌했는데 이 신은 저울추를 들고 겨울을 다스렸다. 끝으로 중앙을 지배하는 큰 신은 황제인데 이 신은 흙의 기운을 주관했다. 그리고 후토라는 신이 황제를 보좌했는데 이 신은 노끈을 쥐고 사방을 다스렸다.
우리는 다섯 명의 큰 신이 각각 나무, 쇠, 불, 물, 흙의 기운을 주관했다는 점을 미루어 고대 동양인들이 이 다섯 가지 기운을 세계의 구성 원소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원소, 즉 목(木), 금(金), 화(火), 수(水), 토(土)를 오행(五行)이라고 부른다. 다섯 명의 큰 신은 다름이 아니라 세계의 구성 원소인 다섯 가지 기운을 신격화한 것이다. 이 신들을 보좌하는 신들은 컴퍼스, 기역자, 저울, 저울추, 노끈 등을 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물을 측량하는 도구들은 만물의 질서를 바로잡는 보좌신들의 역할을 상징한다.
다섯 명의 큰 신 중 주목해야 할 신은 중앙을 지배하는 큰 신인 황제이다. 중앙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 신은 사방을 감독, 조절하는 기능을 지녔다. 즉 이 신이야말로 최고신인 것이다. 우리는 동양의 최고신 황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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