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추억 허문 굴착기 싫지만 개발 편리함에 물든 동심

등록 2005-01-16 18:56수정 2005-01-16 18:56

그리운 우리 마을

길 넓히는 공사를 시작했다.

밭과 논은 완전 파헤쳐져

흙산이 있고

시냇물은 꾸정물(구정물)이 되었다.

길 위에도 흙뿐이다.

길이 넓혀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많이 살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걸 바랬는데,

막상 그렇게 되려고 하니

후회가 된다.

길이 안 넓혀져도 된다

사람이 많이 안 살아도 된다

다시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하정/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지난해 11월 26일에 하정이가 쓴 시다. 하정이네 마을에 문화마을을 만든다고 공사를 시작한 게 그맘때였다. 굴삭기로 온 동네 구석구석을 다 건드려 놓는 바람에 공사하는 내내 마을이 어수선했다. 하정이는 그 공사를 보면서 예전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이제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가자 달라진 마을을 바라보는 하정이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우리 마을

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따뜻해 보이던 돌담은 부숴 버리고

길이 사방팔방 트이고

가로등이 생겨

밤에도 대낮처럼 밝고

뚝딱간은 사라지고

부자연스러운 공원이 생겼다.

그런데

시골 풍경이 사라지고

도시 모습이 되어 가는데

편하기는 하다.

이제 나도

개발에 물들어 가는 갑다.

(임하정/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돌담을 허물어 길을 넓히고, 그 길마다 가로등이 밤을 밝힌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던 뚝딱간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도시를 흉내낸 작은 공원이 생겨났다. 그런데 달라진 마을이 하정이에게 주는 것은 뜻밖에 편리함이다. 도시 모습이 되어 가는 마을이 편하다고 느끼는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이제 나도 개발에 물들어 가는 갑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정이 말대로 ‘개발’이란 참 편한 것이다. 그리고 한번 물들면 다시 빠져나오기 힘든 것도 바로 그 편안함이다. ‘문화’는 개발된 곳에서만 피어나는가? 소박하고 불편한 옛 모습 그대로의 마을에서는 문화를 꽃피울 수 없는 것일까?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