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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가용 비행기’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등록 2009-10-18 16:16수정 2009-10-18 16:17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8월28일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수직 이착륙 및 고속비행이 가능한 40% 축소형 ‘스마트무인기’ 자동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사진 ①). 연구원은 현재 비행시험용 실물 크기 ‘스마트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항공기의 동체 길이는 5m이며 최대 중량은 1000㎏이다. 체공 시간은 최장 5시간이고, 최고 500㎞/h로 날 수 있다(②).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8월28일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수직 이착륙 및 고속비행이 가능한 40% 축소형 ‘스마트무인기’ 자동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사진 ①). 연구원은 현재 비행시험용 실물 크기 ‘스마트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항공기의 동체 길이는 5m이며 최대 중량은 1000㎏이다. 체공 시간은 최장 5시간이고, 최고 500㎞/h로 날 수 있다(②).
항우연, 자동비행하는 ‘스마트무인기’ 시스템 개발
수직 이착륙 특징…고장 진단·안전성 확보 ‘숙제’




17.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단
18. 차세대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마지막회)

2030년 9월11일 추석 전날이다. 아침부터 서두른 조은찬씨 가족은 가까운 ‘스카이 파크’로 총총히 걸어갔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전라남도 순천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서다. 자가용 비행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자동차 운전하듯 조종도 쉬워 10년 전 항공법이 개정된 이후 빠르게 대중화됐다. 조종석에 앉은 조씨가 도착지의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 버튼을 누르자 자가용 비행기가 조용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있는 ‘전화기’ 모양을 누르자, 순천에 계신 부모님이 바로 연결됐다. 조씨가 말했다. “50분 후에 찾아뵐게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 시험평가팀은 자동 이착륙 및 자동 천이비행(헬기처럼 수직 이착륙해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방식)이 가능한 40% 축소형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그림 참조). 이로써 헬기처럼 떠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틸트로터’(tilt rotor) 항공기 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틸트로터 항공기로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틸트로터형 유인항공기를 개발하고 이를 대중화한다면, 가정마다 ‘개인 자가용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를 보유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삼옥 박사
구삼옥 박사

지난 6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구삼옥(51·사진) 박사는 이번 ‘스마트무인기’ 자동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무인체계팀장이다. 그는 2004년 소형 장기체공형 무인항공기 ‘두루미’를 개발해 기상관측 시험비행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항공기 개발에 있어서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항공기 자체는 첨단일지 모르나 항공기 부품이나 기술은 첨단이 아닙니다. 이미 검증된 것들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항공기 개발에선 뻔해 보이는 기술들의 묘한 연결과 조합이 첨단 시스템을 창조하는 힘입니다. 이 힘은 책을 본다고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직접 경험해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스마트무인기’ 개발 성공 배경엔 2004년 ‘두루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두루미’를 개발할 당시엔 2000년 우리나라 최초의 군 전술용 무인항공기 ‘송골매’ 개발자들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중인 ‘스마트무인기’는 기존 무인항공기들과 무엇이 다를까? “무인항공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활주로가 필요 없는 이착륙 성능이 필요합니다. 기존 헬리콥터는 속도가 느리고, 연비 효율이 낮으며,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무인기’는 헬리콥터처럼 이착륙하면서도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틸트로터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또 항공기의 안전성(safety)과 안정성(stability)을 민간 유인항공기 수준으로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기존 무인항공기는 수천 시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납니다. 이를 일반항공(general aviation) 항공기 수준인 10만 시간에 한 번꼴로 높여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고장을 진단하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스마트’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 목표대로 ‘스마트무인기’가 개발된다면, 일반인들도 자동차 운전하듯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원천기술이 생기게 됩니다.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지는 셈이죠.”


무인항공기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행체뿐 아니라 임무탑재장비, 관제장비, 통신장비 등의 개발도 중요하다. “무인항공기는 관제장비를 통해 통제합니다. 지상관제장비로 무인항공기의 비행 경로를 계획하고 조종합니다. 촬영이나 탐사, 살포 등의 임무도 지시하죠. 이때 무인항공기와 관제장비의 통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이렇듯 무인항공기는 한 대의 비행체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무인항공기를 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아니라 UAS(Unmanned Aircraft System)라 부릅니다.”

경상남도 고성이 고향인 구 박사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갖고 노는 꿈을 꾸었다. 동네 근처에 사천 비행장이 있어서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한 번만이라도 학교 운동장이나 넓은 논바닥에 내려왔으면 하고 빌었다. 원없이 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비행기를 직접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경남 창원 39사단에 있는 간이 활주로에 모형비행기를 날리러 갔다가 ‘엘 나인틴’(L-19)이란 정찰기를 만난 것이다. 친절한 하사관을 만나 비행기 속까지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그 떨림의 감격을 잊지 않은 그는 비행기를 실컷 보고, 만지고, 만들 수 있는 한국항공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후, ‘꿈같은 비행기’를 개발하는 공학자가 됐다. 대전/글·사진 조동영 기자


◎자세히 알기

●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의 원격조종 또는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율비행이 가능한 비행기다. 조종비행을 하는 모형항공기와는 다르다. 현재 정찰이나 목표물 위치 선정 등 군사적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압·기온·습도 등 기상이나 산불·화산·태풍 등 재해를 관측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탄 항공기를 대신해 위험하고(Dangerous), 지루하며(Dull), 더러운(Dirty) 이른바 ‘3D’ 임무들를 수행하고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마트무인기’는 산악 지형이 많아 활주로 확보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무인항공기다.

● 틸트로터(tilt rotor)

로터(rotor)는 헬리콥터 등의 회전날개를 가리킨다. 틸트(tilt)는 ‘기울다’는 뜻이다. 틸트로터는 회전날개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미국의 벨 헬리콥터(Bell Hellicopter)사가 1951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1998년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틸트로터 항공기는 로터가 90° 상태에서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륙하고, 이후 로터가 0°로 변환하면서 비행기처럼 수평 비행하게 된다. 로터의 각도가 바뀌는 과정인 천이비행은 틸트로터 항공기의 가장 큰 기술 장벽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틸트로터 항공기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순수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로도 세계 두 번째로 천이비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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