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한 작은 마을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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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만 맴돌다 학원행
자칫 지루하기 쉬운 방학
좀더 알차고 재미있게
책 세상에 빠져보세요 방학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모습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생활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휴식을 맞은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또 다른 학교 밖 학습으로 시달릴 게 뻔하다. 우리 나라 교육정책과 철학의 부재는 이처럼 아이들의 삶을 건조하고 팍팍하게 한다. 컴퓨터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방바닥을 뒹굴며 빈둥거리는 아이를 보는 부모는 애가 탈 것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잔뜩 풀이 죽어 터덜터덜 학원으로, 과외방으로 나돌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은 학기 중보다 더 많은 학습의 족쇄를 차고, 자유롭고 즐겁게 지내야 할 방학을 불행하게 보내기 십상이다.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못할 노릇이다. 이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지루한 날을 보내는 그들의 삶을 윤기있게 해 줄 소일거리가 있다면, 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모처럼 맞은 방학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놀이가 있을까 싶지만, 책읽기는 바로 이 둘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고 있다. 책읽기는 다른 말로 ‘독서’라고 말한다. ‘독서’라는 말 뒤에는 언제나 ‘감상문’이라는 말이 따라 붙어 듣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그러나 즐거운 책읽기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 주고, 아이가 부모에게 책을 읽어 주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들 그것이 또 다른 학습의 연장이 된다면, 아이나 부모나 불행의 멍에를 또 하나 얹게 되는 셈이니 책을 주는 부모의 세심함과 정성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책만 던져 주거나 강제로 읽으라고 윽박지르는 책읽기 지도는 아이에게 책으로부터 더욱 멀리 도망치게 하는 빌미를 준다. 반드시 부모와 함께 읽고, 부모가 읽어 주는 책읽기가 아이를 책 속으로 바짝 들이밀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두고 책을 주면 좋겠다. 책은 아이들 삶의 전부가 아니라 수많은 놀이 가운데 하나이고, 그들 둘레에 진치고 있는 아주 많은 문화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아이와 부모 모두, 추운 겨울 전찻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노마를 만나고(<엄마 마중>), 눈 오는 날 눈천사를 만들며 노는 피터도 만날 수 있다.(<눈 오는 날>)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대신 ‘호랑이와 곶감’이 할머니 노릇을 해 줄 것이고, 자기와 모습이 다른 비버와 살면서 본 모습을 찾아가는 기러기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바로 책방으로 달려가 행복한 방학을 보낼 준비를 해 보자. 아이와 어른 함께 손잡고! 김옥선/어린이도서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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