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혜화동 동성고에서 연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 합동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21>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외고 해법’ 쟁점 분석]
영어듣기시험 폐지·입학사정관제 새 입시안
수월성 교육에 우수생 선발 고집땐 ‘도루묵’
정치권 주장 ‘자사고 전환’도 옷만 바꿔입기
영어듣기시험 폐지·입학사정관제 새 입시안
수월성 교육에 우수생 선발 고집땐 ‘도루묵’
정치권 주장 ‘자사고 전환’도 옷만 바꿔입기
외국어고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으로 전환해 사실상 폐지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외고 쪽이 입시제도를 일부 손질하는 ‘외고 보완론’으로 맞서고 있다. 외고 쪽은 “설립 목적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 영어듣기평가를 폐지하는가 하면, 다양한 학생을 뽑겠다며 입학사정관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고의 이런 움직임은 사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미봉책에 불과하며, ‘일반고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외고 보완론’ 실효성 논란 대원외고는 최근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 입시부터 영어듣기시험을 없애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학정원의 35%를 학교장 추천을 통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대일·이화외고도 영어듣기시험 폐지와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외고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은 다음달 18일 간담회를 열어 영어듣기시험 폐지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외고 쪽은 입시제도를 손질하면 외고의 사교육 유발 효과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난이도가 중3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초·중등 영어사교육의 진원지’라는 지적을 받아온 영어듣기시험을 폐지하면, 이를 대비하는 ‘외고반’을 운영하는 서울 강남과 목동 지역의 학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수목적고 전문 학원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구술면접에서 교과 지식을 묻지 않기로 한 2009학년도 입시안이 지난해 발표된 뒤 ‘구술면접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던 학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며 “최근 영어듣기평가 폐지 뉴스가 나온 뒤 외고 입시학원들이 큰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외고 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하는 방안도 사교육비를 일부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삼제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그동안 외고가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낮게 잡아 영어듣기시험 한두 문제로 충분히 내신점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입시제도를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외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외고의 영어듣기시험 폐지가 영어 테스트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입학사정관제 등 특별전형을 통해 얼마든지 영어듣기시험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고 쪽이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토플, 토셀 등 다양한 공인영어능력시험 성적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영어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측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면 내신에서 영어교과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외고 쪽이 내세운 입시제도 개선안으로는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거의 없다”며 “입학사정관제와 내신에 대비한 사교육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고 쪽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입시제도를 조금씩 손질했지만 사교육 절감 효과는 거의 없었다. 서울지역 6개 외고가 지난 2006년 학교별 지필고사를 없애고 시험문제를 공동출제하기로 결정하는가 하면, 올해부터 내신에서 수학·과학 과목의 가중치를 낮추기로 하는 등 입시제도를 손질했지만, 사교육 의존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일반고 전환이 근본 해법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외고를 자사고로 전환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이달 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정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외고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의 ‘특수목적고’ 범주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고는 지금처럼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된다. 정 의원은 “개정안의 핵심은 외고가 시험으로 학생을 뽑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고 전환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자사고는 내신성적 상위 50% 이내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고,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등 이미 또 하나의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외고의 자사고 전환은 학교의 외피만 바꿔 입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는 “외고를 자사고로 전환하더라도 우수 학생들을 뽑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외고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고교 유형별 특성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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