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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심화반,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요?

등록 2009-12-02 15:11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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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칼럼] 성적 격차 늘리고, 학생들에게 부담만 주는 심화반
이 기사를 쓴 전혜원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 편집자 주

470명은 모르고 30명만 아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470명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꿈의 세상이며,
30명에게는 벗어나고 싶어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감옥같은 세상.
이 ‘심화반’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

470명 학생의 눈에 비친 별천지


오늘은 진짜 화나는 하루였어. 공부 하는 학생의 비애를 느꼈지. 오늘 선생님이 자리를 바꾸는데 교탁 바로 앞자리는 심화반애들한테 다 나눠주고 성적낮은 애들은 뒷자리로 보내버리는 거야. 교실에서 조차 심화반 아닌 애들은 무시당해야 하는걸까.

그리고 상이나 가산점이 걸린 교내ㆍ외 대회도 다 심화반 차지라니까?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도 얘기 안해주고 신청자를 받지도 않고 신청서나 추천서에 무조건 심화반애들 이름 올리고 우리한테는 기회도 안줘. 아! 우리학교 벌점 5점이상이면 교내봉사해야하잖아? 벌점 없애려고 교외봉사 나갈 때도 그래.

우린 우리가 각자 알아서 봉사 계획 잡아야 되는데, 심화반애들은 선생님들이 다잡아주고. 심화반끼리 포트폴리오 만들어야 된다면서 토론대회 열어주고 대학갈 때 유리한 자료 다 만들어주고. 그리고 담임선생님들은 일일이 심화반애들 시간표 짜주고 스터디 플래너 짜주고 그래. 그런건 성적낮은 애들한테 우선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돈 내고 학교 다니는데 누구는 개인공부방 있고 누구는 좁아터진 교실에서 40명씩 모여서 보충, 야자하고. 선생님이 아니라 심화반 매니져라는 생각도 들어. 모의고사 볼때도 우리점수는 관심없고, 오로지 심화반! 심화반! 내가 억울해서라도 공부해서 심화반 올라 간다니까 두고봐! 근데, 이번 시험에도 선생님들이 심화반 애들한테 문제 다 찝어 줄텐데. 나는 영영 심화반 못 가는걸까?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30명 학생의 눈에 비친 감옥

오늘도 너무 힘든 하루였어. 1교시부터 수업시간에 보충숙제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니까. 점심도 도저히 숙제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먹고. 정규수업이 끝나면 진짜 전쟁이 시작돼. 애들보다 보충시간도 20분 더 길고, 쉬는 시간도 5분밖에 안돼. 허겁지겁 저녁먹고 야자를 하기위해 공부방에 오는데 이시간이 제일 힘들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좁은 책상에 앉아 야자를 시작해. 10분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공부가 될거같아? 잠깐 졸기라도 하면 바로 선생님의 잔소리가 이어져. “애들보다 1분이라도 더해야지, 잠이오니?” 감시하는 선생님의 눈초리가 가시보다 더 따가워.

도저히 잠을 이길 수가 없어 일어서서 벽을 보고 공부를 해. 다리가 아파도 잠을 쫒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 2시간동안 첫 번째 야자하면 9시가 조금 넘어. 이제야 비로소 몸을 펼 수가 있어, 10분동안. 두 시간을 참고 기다렸는데 10분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우리 공부방이 지하에 있어서 바깥공기를 마시기도 어렵고, 화장실 다녀오면 어느새 10분이 끝나버려. 휴, 다시 두 번째 야자가 시작돼. 이시간이 제일 힘들어. 잠시 엎드려 있을라치면 바로 선생님이 일으켜 세우고. 예체능 공부를 하는 것도 안돼.

내일 있을 심화반 토론대회랑 포트폴리오 만들 때 쓸 신문기사 스크랩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그런 건 집에가서 해야 되는 거래. 휴. 오늘따라 시간은 왜이렇게 천천히가지? 말이 자율학습이지, 맘대로 집에 가지도못해. 친구들이 집에 가지 않았으니 먼저 일어서기도 눈치 보이고. 눈을 반쯤감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려.

공부방을 나와서 집에오니 12시 30분이야. 스터디 플래너를 확인하니 토론대회준비도 해야되고 스크랩도 해야해. 아참, 수학숙제도 있었지. 오늘 하루는 내일이 되도 끝나지 않을 것같아. 심화반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면 선생님들이 챙겨 주지도 않고 성적도 떨어질 것 같고. 난 점점 선생님들이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되는 것 같아. .이런 학교갈 시간이 5시간 밖에 안 남았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사이에 빈부격차가 있듯이 학교 속에서는 성적에 관한 빈부격차가 있다.

학교의 모든 관심은 성적이 높은 학생을 향한다. 심화반을 위해 모든 특혜를 헌납하는 학교. 이러한 학교의 차별 속에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게 있어 학생은 더 이상 학생이아니라 학교의 능력을 보여줄 수단이고 자원일 뿐 이다. 심화반 학생은 틀에 박힌 교육속에서 점점 자신의 가치를 잃어가고, 성적이 낮은 학생은 점점 소외되는 현실. 이러한 교육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전혜원 기자 soul1905@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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