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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블로그] 기회균등의 함정, 학습소외

등록 2009-12-07 11:33

흔히 교육에서 기회균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과 계층에 따라, 혹은 남녀와 노소를 막론하고 교육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방 후 우리 교육은 일견 기회균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교육을 통하여 차별을 받는 경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이 불평등하다고 느낀다. 여러 요인들이 있을 게다.

교육을 위한 '투입(input)'이 다르면 당연히 그 '결과(output)'도 다르다. 그런데 이 '투입'은 학습자가 선택하기 힘든 요인이다. 이 '투입'을 결정하는 것은 대개 학습자의 부모가 가진 경제력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조기교육이니 선행학습이니 하며 투입량을 과도하게 키웠을 경우 학교교육에서 학습자들의 출발점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학습자의 출발점이 다르면 교실 수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투입 차가 커질 수록 학교교육은 왜곡된다.

학교교육이 학습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기회균등을 실현하는데 장애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눈에 보이는 기회균등의 왜곡말고도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습소외가 많은 아이들에게서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학습소외는 크게 보면 대입 시스템이나 학교 교육과정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되지만, 작게는 교사를 통하여 일어나기도 하고, 수업방법 혹은 평가방법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교사, 수업방법, 평가방법으로 인해 야기되는 '학습소외'는 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교실밖에서는 알기 힘들고, 따라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가령 판서와 설명 위주의 수업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가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의 참여형 수업에서는 굉장히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말로 하는 발표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자료수집과 산출물 제작에서는 빼어난 능력을 과시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아가 지필시험에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아이가 특정한 방법의 수행평가에서는 높은 성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또 빠른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힘겨워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주면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늘 패배와 절망을 반복하다가 학교를 마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구조는 배운 지식을 가능한 빨리, 많이 외우고, 지필시험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너무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동안 다양한 수업방법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아 왔다. 한결같이 수업방법을 다양화하는 목적은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리 좋은 방법을 개발하여 적용하여도 결국 우수한 아이와 부진한 아이의 위치는 바뀌지 않을뿐더러 좋은 수업방법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별로 혜택을 주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학습효과를 '성적'으로 보는 관점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양화되어 나타나는 성취'를 학습목표로 볼 경우 부진한 학생의 능력은 개선되지 않는다. 수업 및 평가의 방법을 다양화할 때는 '학습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고되어야 한다.

학습 부진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지만 소중한 '성공'의 기회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습효과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 당장 성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확인 가능한 학습효과이지만 그 보다 더 큰 학습효과는 전에는 재미없던 공부가 수업방법을 바꿈으로 인해 즐겁다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이다.

사실 이는 단기적 성적 향상에 견줄수 없는 엄청한 학습효과이다. 공부는 학습자 스스로 할 때 진정하게 지식으로 축적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러하다. 학습소외를 극복하는 데 비중을 크게 두고 수업 및 평가방법을 다양화하게 되면 지금 교실수업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 속에 놀랍도록 특별한 잠재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뻐할 것이다. 그래서 당장의 성적 향상이 아니더라도 공부가 즐겁고 선생님이 기다려지는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교실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관점 바로 세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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