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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글쓰며 우아하게 산다고? 현장선 발에 땀나요

등록 2010-01-10 20:11수정 2010-01-11 17:13

방송작가 신여진씨
방송작가 신여진씨
학생기자가 만나본 전문가 3인
오락 방송작가 신여진씨

“방송작가? 끼, 끈, 깡이 있으면 도전해 봐!”

임랑경(18·전주근영여고)양은 방송작가가 돼 ‘느낌표’와 같은 시사와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꿈이다. 지난해 12월25일 여의도 한국방송(KBS) 뮤직뱅크 촬영 현장에서 신여진 작가가 임양을 맞았다.

신 작가는 올해로 17년째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에스비에스(SBS)의 <좋은 친구들>, 케이비에스의 <서세원쇼>·<야한밤에>·<대한민국 1교시>를 기획했다. 2005년에는 케이비에스의 <해피투게더 - 프렌즈>로 ‘케이비에스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작가상을 받았다. 현재는 케이비에스의 <쇼 뮤직뱅크>와 <청춘불패>에서 메인 작가로 일하고 있다. 프리랜서 직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부러우면 진다>가 곧 나온다.

임양은 먼저 “방송작가가 되려면 어떤 경력을 가져야 하는지”를 물었다. “방송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어떤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나이 제한이 있는 게 아니에요. 대학에서 특정한 전공을 했다고 유리하지도 않죠. 대개는 주변 사람의 소개나 방송 아카데미를 통해 수급이 되는 일이 보편적이에요.” 실제로 신 작가 역시 환경공학과 출신이며 기독교방송(CBS)의 방송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방송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춘불패>나 <1박2일> 같은 쇼프로그램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거기서 방송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정말 방송작가는 글만 쓰나요?” 등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임양의 질문이 쏟아졌다. “방송 작가들은 글만 쓰면 된다? 집에서 편하게 글 쓰면서 우아하게 산다? 전혀 반대예요. 오히려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고 제일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죠.”

하나의 프로그램은 기획-구성-대본 작성-현장대본 작성 등의 순서로 짜인다고 한다. 신 작가는 청춘불패를 예로 들었다. ‘걸 그룹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기획이 나온다. 기획 의도에 맞춰 어떤 요소와 캐릭터를 배치할지를 결정한다. 그다음은 상황별로 구체적인 대본을 쓴다.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현장에서 그때그때 현장대본을 또 만든다. 특히 청춘불패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수시로 대본의 진행 과정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의 작가들은 쉴 틈 없이 바쁘다.

최근 청소년들한테는 소득 수준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방송작가의 연봉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에요. 많이 버는 사람은 억대인 사람도 있고 적게 버는 사람은 몇 백을 벌기도 하죠.” 막내 작가 시절에는 소득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크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수당이 올라간다.


그럼에도 신 작가를 17년째 묶어두고 있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끝내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전철에서 사람들이 ‘너 어제 그거 봤어? 청춘불패 진짜 재밌더라’라고 얘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진짜 짜릿해요. 그게 보람이죠.”

신 작가처럼 성공한 방송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그는 끼, 끈, 깡 3가지를 들었다. 끼는 방송을 아는 감, 끈은 사람과의 관계의 끈, 마지막으로 깡은 견딜 수 있는 깡이다. “정말 이거 아니면 못하겠다, 이런 사람 아니면 힘든 일이에요. 예능 쪽 작가는 기본적으로 밝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은 교양 쪽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박소현 <아하!한겨레> 2기 학생수습기자

(전주 근영여고2)


영어·불어는 기본…명문대보다 경험이 중요

국제기구 근무 안영식씨

안영식씨
안영식씨
여재동(18·김해외고)군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진로를 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리 본부에서 재무 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는 안영식(32)씨를 만난 이유다. 안씨는 3주간의 휴가를 얻어 처가인 부산에 머물고 있다.

여군은 먼저 안씨가 처음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한 때를 물었다. “처음부터 국제기구에서 일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다만 중고교 때부터 외국인들과 합리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안씨의 관심은 국제기구에 국한돼 있지 않았다. 그보다 외국인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국제적인 분위기를 선호했다. 세계 3대 언어 가운데 하나인 스페인어와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다국적 기업에서 재무 담당으로 4년 반 동안 근무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다 어느 날 오이시디 모집 공고를 봤어요. 혹시나 해서 지원했는데 덜컥 된 거죠.”

오이시디에 입사하기 위한 첫 관문은 서류 전형이라고 한다. 그 뒤 파리의 본부에서 6명의 면접관과 함께 면접을 치른다. 면접은 영어로 시작해 중간에 불어로 바뀌었다. 오이시디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가 영어와 불어다. “불어가 능숙하지 않았거든요. 면접 보다가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고 영어로 말했죠. 다행히 면접관 1명이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 나머지는 스페인어로 면접을 봤어요.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면 불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합격시킨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와 불어는 모두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라 비슷하거든요.”

국제기구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언어 구사 능력은 면접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순서다. 최근 국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이 국제기구 취업에 유리하냐는 여군의 물음에 안씨는 “비즈니스 계통으로 취업할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국제기구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아직까지 영어와 불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국제기구 취업에는 학벌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 졸업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여군의 생각과는 달랐다. “오이시디만 해도 프로를 원하기 때문에 업무 처리 과정을 세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아요.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어느 대학에서 받았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죠.” 안씨는 월드뱅크 인턴 활동 등 같은 국제적인 단체에서의 경력 쌓기를 추천했다.

국제기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그는 마지막으로 ‘노력은 꿈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국제기구에도 경제, 경영, 마케팅, 사회복지, 안보,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특정 기구에서 근무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지를 먼저 정하세요. 그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예요.” 안씨는 여군에게 쿼터제를 소개했다. 오이시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에서 시행하는 쿼터제는 각국 정부가 낸 출연금의 비율에 따라 그 나라 직원을 채용하는 제도다. 현재 한국은 직원 비율이 출연금 비율보다 낮은 상태라서 같은 실력이라면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우선 채용된다.

조민서 <아하!한겨레> 2기 학생수습기자 (김해 외고2)


연구실 틀어박혀 자기 연구만 하는 사람은 ‘꽝’

대기업 연구원 이희영씨

이희영씨
이희영씨
지난해 12월25일 성탄절에 노민규(18·부산외고)군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CDMA미주개발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이희영(30)씨를 만났다. 노군은 인문계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선임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2004년 2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휴대폰 안에 들어 있는 소프트웨어의 각종 에러 사항을 해결하는 일을 한다.

이 연구원은 고등학교 때 자연계를 선택해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삐삐가 나왔어요. 그리고 대학 때 휴대폰이 보편화했어요. ‘아, 이제 휴대폰 개발 쪽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겠구나’라고 느낀 게 너무 당연했죠. 실제로 졸업할 때쯤 되니 저를 비롯한 학과 동기 절반이 휴대폰 쪽으로 취업을 했어요.”

고등학교에서 인문계를 선택한 노군은 휴대폰 관련 연구원으로 갈 수 없는 것일까? “가능해요. 동료들 가운데 경영학과를 나온 분이 있어요. 하지만 인문 계열 학과를 전공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려고 할 때에는 프로그래밍 언어 정도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거예요. 그분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셨거든요.”

연구원이 되는 데는 외고생인 노군이 유리한 점도 있었다. 영어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지닌 인도, 러시아 등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할 때가 많아요. 외국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하려면 영어가 필수죠.” 이 연구원 역시 1년에 세 차례 정도 미국의 새너제이로 출장을 떠난다고 한다.

이 연구원은 직장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도 대기업 연구원이 되는 데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인성을 많이 봐요. 1번은 자기가 맡은 만큼만 일하고 2번은 자기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도와주는 사람이라면 회사는 2번을 원하게 되는 거죠. 공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인 약속이 있더라도 회사에서는 자기를 좀 희생하고 팀워크를 유지하기를 바라죠.” 새로운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출시될 때 100~200명의 대규모 인력이 7~8개 부문으로 나눠 일하는데 이들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보조를 맞추려면 사회성이 필수라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노군은 “연구원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자기 연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외국 파트너들과 교류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팀을 이뤄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분야가 의외로 튼실한 체력이 필요한 직종이라는 것도 노군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일이 적지 않아요.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모두 9시간을 일해도 모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야근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수죠.”

목표에 대한 집중력과 끈기는 휴대폰 연구원한테도 빠지지 않는 자질이었다. 이 연구원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갖고 사흘 동안 끙끙거리다 꿈속에서 그 문제를 보기도 했다. “연구원이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단시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끈기있게 파고들고 찾아내고 해결하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머리 좋은 사람보다 끈기있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죠.”

임다솜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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