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수업하는구일고 박현희 교사
“사회과를 맡은 만큼 수업에 접목해 인권을 가르치기가 더 쉽죠. 학생들이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하며 해온 일입니다.” ‘인권교육’의 최전방에 있는 서울 구일고 박현희 교사(사회담당·사진)의 이야기다. 박 교사는 ‘인권교육’이란 말이 낯설었던 1999년부터 학생들에게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제 수업을 통해 인권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각 반 게시판에 세계인권선언의 홍보물 포스터를 붙여놓게 하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조항을 골라 따로 홍보물을 만들게 한 다음, 수업시간에 그와 관련된 배경을 설명하거나 학생들에게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보도록 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계기요? 1999년에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출판한 <인권교육 길잡이>를 봤어요. “모든 사람은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죠. 이미 1993년에 빈 세계인권대회에서도 거론됐던 부분이고, 94년 유엔총회에서도 ‘유엔인권교육 10년(1995~2005)’이 선포돼 국가기구가 인권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행동지침으로 채택됐는데 우리나라 교육에선 10년이 다 되도록 별다른 노력이 없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인권교육을 하게 됐죠.” ‘인권’의 중요성과 개념을 알리며 아쉬운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부터가 비인권적이라는 것이다. 박 교사는 “인권교육이 학생들의 의식을 깨우쳐 의식 있는 학생들을 배출하기보단 오히려 절망만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인권을 위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현실 따로, 원칙 따로’라는 가치관을 지니게 될까 봐 염려됩니다.” 인권을 화두로 수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서 학생들 스스로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일이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학생으로서 권리를 스스로 지키며 생활해야 한다”며 “자신이 인권에 대해서 깨달은 만큼, 아는 만큼 조금이라도 실천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시간의 학습 노동을 강요당하고 최소한의 결정권도 박탈당한 채 몇 년을 보내는 것을 학생 스스로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각성이 필요합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위해’라며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장시간 노동에 뛰어들죠. ‘이런 노동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계속 생각해보고, 사태의 본질을 직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인권’이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기준’”이라며 “현재 인권교육과 관련해서 인권교육센터 ‘들’(www.dlhre.org)에서 비슷한 뜻을 가진 교사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주용(휘문고 2년) <아하!한겨레> 학생수습기자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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