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편애’ 사립대전형 살펴보니
사립대 4곳, 외국어 우수자·수능 위주 선발
“잠재력 평가” 입학사정관제도 취지 무색
사립대 4곳, 외국어 우수자·수능 위주 선발
“잠재력 평가” 입학사정관제도 취지 무색
연세대와 고려대 등 유명 사립대학의 올해 외국어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지난해에 견줘 크게 늘어난 것은 이들 대학이 외고생들에게 유리한 입학전형을 실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세대는 2009학년도 입시 때 275명이었던 ‘글로벌리더’ 전형의 정원을 2010학년도에는 496명으로 늘렸고,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115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두 대학뿐 아니라 성균관대도 ‘글로벌리더’ 전형을 209명에서 230명으로 늘렸고, 서강대의 ‘알바트로스’ 전형도 66명에서 82명으로 늘었다.
이들 전형은 지원 조건으로 거의 만점에 가까운 공인외국어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등 외고 출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고려대의 2010학년도 ‘세계선도인재’ 전형 합격자의 60.5%가 외고 출신이었고, 연세대 ‘글로벌리더’와 서강대 ‘알바트로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 전형 합격자 가운데 각각 43.5%, 53.7%, 53.5%가 외고 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2010학년도 입시부터 이 전형에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이 참여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잠재력을 평가해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ㅇ고의 박아무개 진학담당 교사는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는 제도’라고 홍보하지만, 이런 전형은 외국어에 흥미를 가진 일반고 출신의 학생들을 뽑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수능 100% 전형’을 크게 늘린 것도 외고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2009학년도 정시모집 때 ‘수능 100% 전형’ 선발 인원을 정시 모집정원의 50%로 한정했지만,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이 비율을 나란히 70%로 늘렸다. 그 결과 연세대는 외고 출신 합격자 989명 가운데 65.7%인 650명이, 고려대는 949명 가운데 666명(70.2%)이 정시모집을 통해 뽑혔다.
반면 이들 대학의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한 전형은 다른 전형에 견줘 규모가 매우 작다. 고려대는 정원외 모집인 ‘교육기회균등’ 전형으로 30명을 뽑았고, 연세대는 122명, 서강대는 65명, 성균관대는 70명을 선발한 게 고작이다.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주요 대학들이 소외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주는 데에는 소극적이면서 가정환경이 좋은 외고생들을 뽑는 데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외고 학생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체로 경제적 여건이 좋은 외고생들이 많이 들어올 경우 학부모 등을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많이 걷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가 좋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학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경제력 등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최근 정운찬 총리와 일부 대학 총장들의 ‘3불 폐지’ 발언은 우리 사회의 ‘학벌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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