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수능강의에서 2011학년도 수능 문제가 70% 연계 출제된다는 방안이 나오자 새로 나오는 교육방송 교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모호한 ‘연계’의 범위는?
교육방송 유규오 학교교육기획부장은 “이번 발표가 나오고 문의전화의 상당수가 ‘70% 연계’에 관한 내용이었다”며 “연계란 말이 모호한 개념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목동에 사는 고3 학부모는 “‘연계’란 말이 수학으로 치면 숫자만 바꾸고 그대로 나온다는 것인지, 비슷한 유형으로 나온다는 것인지 감이 안 온다.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교육방송 언어영역 강사였던 김인봉 잠실여고 교사는 “지난해에는 전체적으로 84%를 반영했다고 발표가 됐는데 이건 지문을 그대로 쓰거나 보기 자료를 그대로 쓰는 등의 직접 연계와, 유형을 차용하는 간접 연계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0학년도 수능의 경우 직접 연계율은 언어 30%, 수리 가 40%, 수리 나 56.7%, 외국어(영어) 30%였다. 같은 예시문을 쓰거나 교육방송 강의 내용을 유추해 풀 수 있는 간접 연계율은 언어 54%, 수리 가 36.7%, 수리 나 20%, 외국어 50%였다. 김 교사의 말처럼 직간접 연계율을 합하면 76.7~84%에 이른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직접 연계율은 지문이 교과서나 유명 작품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언어가 30~40%, 문제 유형이 대체로 엇비슷한 수리는 40~60% 정도였다. 인용할 수 있는 자료가 방대한 외국어는 20~30%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직접 70%를 언급한 것은 문항 자체가 비슷하거나 숫자를 바꾸는 등 일부 변형한 직접 연계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직접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라면 교육방송은 ‘수능 족집게 방송’으로 전락하고,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이 훼손될까 걱정된다”는 대통령의 우려는 그야말로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다. 직접 연계율이 높아진다면 학생들은 당연히 문제나 지문을 외우는 식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부 대학자율화팀 최흥윤 사무관은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거나 숫자를 바꾸는 수준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교육방송 수능 강의에서 쓰는 개념과 원리를 알면 변형이 가능한 수준의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70%가 간접 연계율을 말하는 것이라면 학생들 입장에선 굳이 교육방송을 볼 필요가 없어진다. 전북 익산에 사는 한 고3 여학생은 “그렇게 따지면 다른 교재들도 70%, 아니 80% 이상 적중하는데 왜 굳이 재미없는 교육방송을 보겠느냐”고 물었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고교교사는 “연계율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며 “얼마나 창의적인 문제들이 나오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는지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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