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좇는 고교생 ‘미끼’ 던지는 대학
모의유엔·진로캠프 등 자체예산 없이 비용 바가지
“입시에 유리할 것 같아서…” 학생들 알고도 속아
“입시에 유리할 것 같아서…” 학생들 알고도 속아
언론 관련 학과를 지망하는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이아무개(18)양은 지난 1월 서울대가 주최한 진로캠프에 참가했다. 서울대 교수가 캠프 안내서에 직접 쓴 소개글에는 “향후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언론정보학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8시간) 캠프였는데, 참가비가 8만원이었다. 이양은 “캠프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하루 종일 교수님들이 일방적으로 강의만 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서울대에서 한 행사이고 수료증도 준다고 해서 참가하긴 했지만, 결국 수료증 하나 받는 데 8만원을 낸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스펙’이 강조되면서 일부 유명 대학들이 주최·후원하는 국제대회나 경시대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2월 모의유엔 행사를 열면서 참가비를 24만원씩 받았다. 이 행사에는 300여명의 고등학생이 참가했다. 연세대는 지난 1월 개최한 모의유엔에 참가한 고등학생에게서 19만원씩을 받았다. 고려대 모의유엔에 참가한 지방의 한 고교 3학년 김아무개(18)군은 “상술이 너무 빤히 보였지만, 그래도 대학이 주최하는 행사여서 입시에 유리할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이런 대회를 여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대개는 자체 예산을 투자하지 않고 참가비 수입만 올리는 ‘수익사업’에 가깝다. 고려대 모의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별도의 예산 없이 학생들의 참가비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참가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 내역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7월에 고등학생 500명이 참여하는 ‘모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연다. 대학들은 또 영어경시대회 등을 열어 총장 명의의 상을 주는데, 응시료가 4만~5만원으로 토익(3만9000원)이나 텝스(3만3000원) 등 공인 외국어능력시험보다 비싸다. 연세대가 지난 1월 처음 실시한 영어글쓰기대회는 응시료가 5만5000원이다. 고려대가 19개 외국어고와 함께 여는 영어논술대회의 응시료는 4만원이다. 학생들이 이런 대회에 몰리는 이유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난해 모의국제회의에 5번, 대학이 여는 경시대회에 4~5번 정도 참가했는데 비용만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에 한 줄이라도 넣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대학이 주최하는 행사라도 학생이 지망하는 전공과 관련성이 없으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학생과 학부모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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