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면서 대학별 신입생 모집 단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연세대는 이미 문과대, 이과대, 사회과학대 등 주요 단과대를 학과제로 모집했고 건국대도 문과대와 이과대를 학과제로 개편했다. 한국외대도 자연과학대와 공과대를 학과제로 바꿔 신입생을 맞았다. 숙명여대도 2011학년도 학과제 전환을 목표로 학내 교수들과 재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덕성여대는 2011학년도부터 모든 단과대를 학과제로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덕성여대 석대준 교무과장은 “학생 중심의 밀착형 교육을 위해선 학과제로 개편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학생들이 전공을 정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전공 교육의 내실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과제로 돌아갈래
“소속감 강화·전공교육 내실화에 유리”
연세대·건국대·한국외대 등 전환 결정 학부제 장점 많아 “전공선택 기회 넓히고 통섭교육 가능”
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은 고수
이런 움직임에는 철학, 사학 등 기초 학문의 위기와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강하다. 문과대나 이과대 같은 기초 학문 분야의 학과제 전환이 두드러진 것만 봐도 그렇다. 또 학문 간 유사성이 없는 학과들까지도 무분별하게 하나로 묶다 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부제로 전환한 탓이다. 한양대 인문대 학장 손예철 교수는 “인문대는 기본적으로 학과별 모집을 선호한다”며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른 학과를 합치다 보니 문제점이 많았다. 학문을 사회 변화에 따라 통합하고 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9년 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도 학과제로의 개편이 활발한 이유다. 학생 모집 단위를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별로 한 의무 규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학부제’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의 하나로 시작됐다.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해 경쟁력 있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소속감 결여와 전공 기초교육 약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 단절도 심각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김기덕 교수는 “학부제에선 학생들이 많아서 관심을 갖기 힘들다”며 “학과제에선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진로 상담에도 적극적이다. 교수들도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제를 유지하는 대학도 여전히 많다.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기회를 넓히고 학문간 벽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학부제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대도 2011학년도부터 학과제 모집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려던 방침을 바꿔 기존 모집 단위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서강대 입학처장인 이욱연 교수는 “학부제에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학문간 융합이 세계적 흐름이다. 학문별 성격에 따라 학과제와 학부제 가운데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이영섭 입학관리본부장도 “자기 진로가 확실하다면 학과제가 있는 대학을 목표로 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에 들어오기 때문에 여러 전공을 두루 탐색해 보고 전공을 결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각한 취업난에 경영학과 등의 인기학과는 학부 체제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전공이 더 세분화되면서 모집 인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최근 학문 단위 구조조정안을 확정하면서 2011학년도부터 경영대학을 경영·경제대학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기존 경영학부에 경제학부, 광고홍보학과, 응용통계학과를 추가했고 국제물류학과와 글로벌지식경영학부를 신설했다. 중앙대 김태성 홍보팀장은 “경영학이 인문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취업에 경쟁력이 있는 경영학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제와 학부제의 틀을 넘어선 자유전공학부도 있다. 2008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선정으로 법대를 폐지한 대학들은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유지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학문에 얽매이지 않고 전공 선택 전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학부제에선 인문, 사회, 공학 계열 안에서 전공을 택해야 하지만 자유전공학부에서는 문과 또는 이과에 속한 모든 전공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유전공학부에서도 결국엔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 개설 취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학과 개설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에 아직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학과제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대학들은 학부제와 학과제 모집을 병행하고 있다. 학문간 연계와 통섭 교육의 확대에 따라 학부제가 필요한 분야도 있고 성격이 전혀 달라 통합이 불가능한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잣대로 묶거나 분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학부모와 학생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일단 학과제 전환에 따라 새로운 학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하지만 학부제로 뭉뚱그려졌던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합격선은 극명하게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학과보단 대학을 보고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몰리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는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동시에 높아졌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학부제 모집에 비해 학과제에선 모집 인원이 줄어들어 ‘눈치작전’이 심해질 수도 있다”며 “미리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서 소신있게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학과제 전환이 지원자 수가 급감한 비인기학과를 살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과 이름만 그럴듯하게 바꾸고 커리큘럼은 그대로 유지하는 학과도 있다. 또 학과제 전환 과정에서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학과를 없애는 대학도 있다. 각 대학 누리집에 들어가 학과 정보를 잘 살펴보고 전형 요강도 꼼꼼히 봐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학과 선택이 우선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학부제보단 학과제로 선발하는 인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적인 진로 목표를 세워놓고 공부를 한 학생이 유리할 수 있단 얘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지연 박사도 “자신의 진로 목표를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과서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직업 탐색을 경험할 수 있게 학교와 가정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연세대·건국대·한국외대 등 전환 결정 학부제 장점 많아 “전공선택 기회 넓히고 통섭교육 가능”
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은 고수
이런 움직임에는 철학, 사학 등 기초 학문의 위기와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강하다. 문과대나 이과대 같은 기초 학문 분야의 학과제 전환이 두드러진 것만 봐도 그렇다. 또 학문 간 유사성이 없는 학과들까지도 무분별하게 하나로 묶다 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학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부제로 전환한 탓이다. 한양대 인문대 학장 손예철 교수는 “인문대는 기본적으로 학과별 모집을 선호한다”며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른 학과를 합치다 보니 문제점이 많았다. 학문을 사회 변화에 따라 통합하고 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9년 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도 학과제로의 개편이 활발한 이유다. 학생 모집 단위를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별로 한 의무 규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학부제’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의 하나로 시작됐다.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해 경쟁력 있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소속감 결여와 전공 기초교육 약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 단절도 심각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김기덕 교수는 “학부제에선 학생들이 많아서 관심을 갖기 힘들다”며 “학과제에선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진로 상담에도 적극적이다. 교수들도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제로 전환한 대학 현황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