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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도권 ‘진보교육 벨트’…교육자치 시대 밑돌 ‘소임’

등록 2010-06-03 19:29

[6·2민심 이후] 서울·경기 진보교육감 당선 의미
인구 45% 밀집지역 승리…MB교육정책과 ‘대립각’
지방의회 물갈이 든든한 ‘우군’…무상급식 급류 탈듯
지난 2일 치러진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경기와 서울의 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수도권 진보교육 벨트’가 현실화하게 됐다. 경기와 서울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지역인데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 우리나라 전체 초·중등 교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수도권 ‘진보 교육벨트’ 형성의 의미 인구가 1172만여명에 이르는 경기도에 있는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모두 4012곳에 이른다. 학생은 196만5000여명, 교사는 10만1000여명이나 된다. 인구가 1046만여명인 서울의 경우, 2184개교에서 41만2000여명의 학생과 7만7000여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배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약 45%가 모여 사는 경기와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이 동반 당선된 것이 갖는 무게를 가늠할 만하다.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의 김현국 소장은 “16명의 직선 교육감이 동시에 탄생한 것은 진보-보수를 떠나 진정한 주민자치 교육시대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라며 “진보 진영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시금석인 서울과 경기에서 책임을 맡아, 앞으로 4년 간 주민자치 교육실험을 사실상 주도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이자 국내 교육정책의 ‘지표’ 노릇을 해온 경기와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학교 현장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일부에선 “일선 교육장 등 관료들이 조직적인 저항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초기의 흥분과 혼란이 가라앉고 나면, 곧 학교 현장에 가시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에 ‘진보교육 벨트’가 형성된데다, 강원·전북·광주·전남에서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지역의 한 교사는 “당장 교사들부터 두발단속 등 학생 인권침해 논란을 부를 만한 일은 피하려 들 것”이라며 “교장이나 간부교사들도 평교사들을 힘으로 누르는 행태는 조심하는 식으로 학교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학생인권조례 △친환경 무상급식 △학습 준비물 지원 등 교육수요자(학생·학부모)를 위한 정책은 이른 시일 안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학부모에게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학교장의 일방적 결정을 추인해주는 구실로 전락했던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강화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일제고사나 특권학교 논란을 불러온 자율형사립고 확대 등 정부 주도의 교육정책은 근본적인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 진보 교육감, 교육자치의 밑돌 쌓아야 직선 교육감이 막강한 권한을 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정책으로 펼쳐내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진보 교육감과 마찰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군은 있다. 한나라당이 독점해 온 지방의회 권력이 지각변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에서 기존 79석이던 한나라당의 의석은 27석으로 줄었다. 단 5석에 그쳤던 민주당은 79석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한나라당은 80석에서 36석으로 줄어든 반면, 민주당은 12석에서 71석으로 늘어났다. 교육위원회를 구성할 교육의원도 진보 후보들이 경기와 서울에서 각각 3명씩 진출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년 동안 겪었던 ‘의회의 예산 발목잡기’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정부와 국회는 초·중등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를 만들고 지원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시·도 의회와 교육청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입안·추진하는 쪽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진보 교육감은 임기 안에 정부가 쥐고 있는 교원 정원 결정권을 넘겨받고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대폭 높이는 등 진정한 교육자치의 기반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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