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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첫발 뗀 교원평가 학부모는 ‘들러리’

등록 2010-06-28 22:10

학부모도 수업위주 조사…학생과 차별화 없어
교사·교장 일괄평가, 신분노출 입력방식도 문제
올해 처음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가 실시되면서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부모들로서는 잘 알기 힘든 ‘수업 평가’ 위주로 진행돼 “학부모를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8일 전국 1만1373개 초·중·고교 가운데 99.5%(1만1314곳)가 1학기 말까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는 교과부 지침에 따라 학교 누리집에 ‘온라인 교원평가 시스템’을 연결해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수업을 듣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전문적인 문항으로 구성돼 난감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 ㅅ고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 문항을 보면, 12개 가운데 ‘학습내용에 맞는 학습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수업을 하고 있는가’, ‘학생들의 수준이나 학습내용에 맞는 적합한 평가를 하고 있는가’ 등 7개가 수업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 문항들은 학생 만족도 조사지의 문항과 상당수 중복된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수업공개 때 학교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애들한테 물어봐서 대답해야 할 판”이라며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왜 따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월 초 공개수업에 참여한 서울 ㅂ초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수업공개를 하기 전에 학부모 만족도 조사 문항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수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공지는 없었다”며 “달랑 한두 시간 수업을 구경하는 정도인데 학부모한테 수업을 평가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려면 자녀의 학년, 반,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도 문제다. 서울 ㅅ여고 학부모는 “개인 정보는 노출이 안 된다고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가 우리 아이한테 피해라도 갈까 싶어 아예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은 ‘교원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학부모의 참여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과부는 ‘교원평가 관리 매뉴얼’에서 학교별로 위원회를 꾸려 세부 시행계획을 정하도록 했으며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한 학부모위원를 비롯해 교원이 아닌 외부 위원이 50%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 ㅎ고의 경우 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교장이 학부모위원을 선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서울 ㅁ초는 위원 5명 가운데 교원이 3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윤숙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자치위원장은 “학부모는 수업에 대한 평가보다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게 맞다”며 “수업공개라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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