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준비모임’
서울 경인고 조영선 교사
서울 경인고 조영선 교사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시 등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찬성 토론회와 반대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 9개 교육·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조례는 학교의 학사 운영, 교사의 교육적 생활지도 등을 인권침해로 규정해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도 무시한다”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집회·결사의 자유’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학생들의 집회까지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오히려 ‘학생선동조례’”라며 “학생들을 거리의 투사로 만드는 곽 교육감은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문화연대 등 30여개의 시민단체로 이뤄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준비모임’은 이날 오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발족식을 열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인권이 학생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는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며 “인권 침해적 상황을 개선할 조례 제정을 알리기 위해 지역 순회 토론회, 인권침해 사례 전국 실태조사, 서명운동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조영선 경인고 교사는 “학생인권은 교권과 대립하지 않는다”며 “학생인권조례는 오히려 학생과 교사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경인고(교장 장춘길)에서 조 교사를 만나 ‘학생인권조례’의 구체적인 내용들-체벌 금지, 두발 자율화, 야간자율학습 선택권, 집회의 자유 등에 대해 조목조목 물어봤다.
최근 이슈가 된 ‘체벌’부터 이야기해 보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학생들을 상습폭행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 ㅁ초등학교 오아무개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그리고 이어 바로 다음 학기부터는 체벌을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학교 규칙에서 정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체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교사의 학생 포기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벌은 교사의 ‘폭력적 권위’를 내세울 뿐, 지금 교육현장에 절실한 ‘도덕적 권위’를 세우진 못한다. 흔히들 말하는 ‘사랑의 매’는 일종의 허구다. 교사가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매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어?”라고 말하며 체벌을 행사할 때, 요즘 학생들은 더이상 이를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 체벌’ 또한 존재하기 힘들다. ‘지각하면 손바닥 3대, 숙제 안 해 오면 손바닥 1대’ 등의 규칙이 나름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교사에 따라,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결국 학생들은 체벌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따른 응당한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 교사의 심기를 잘못 건드린 대가로 인식하게 된다. 또 체벌은 ‘학교폭력’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동료나 후배 등에게 폭력을 행사한 학생을 훈계할 때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가 “선생님들도 우리가 잘못하면 바로잡기 위해 때리지 않느냐?”이다. 교사가 학생을 ‘바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자신들도 동료나 후배 등이 잘못했을 때 손 좀 봐준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는 뜻이다.
이처럼 체벌은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훨씬 많다. 이젠 학생지도 방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기를 누르기 위해 손쉽게 사용했던 체벌 대신, 문제의 근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상담 지원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 등이 절실하다.”
두발과 복장 자율화에 대해 이계성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인권조례를 만들어 두발, 복장 자율화를 하다 보면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 부유층 아이 앞에서 가난한 집 아이가 겪게 될 위화감과 소외감은 어떻게 해소할 건가”라고 물은 뒤 “공부에 쏟아야 할 신경을 다른 데 허비할 게 뻔하고, 탈선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복장 자율부터 이야기해 보자. 교복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아는가? 어른들이 보기엔 사소한 차이지만 학생들은 중소기업이 만든 교복보다 대기업이 만든 교복을 더 선호한다. 교복공동구매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 ‘옷’이 아니다. 오히려 휴대폰, 엠피스리, 피엠피 등 전자기기들이 위화감을 조장할 때가 더 많다. 안타까운 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나 이런 소비적 행태 아니면 자기를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기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이 복장 규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두발 규제는 복장 규제보다 훨씬 전근대적이다. 신체의 일부로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머리카락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교사들이 “두발을 규제해야 학교폭력이 없어진다”고 말하곤 하는데, 감시와 체벌이 일상화된 공간에서 폭력은 ‘시한폭탄’과 같다. 학교가 군대나 감옥은 아니지 않은가? 또 두발 자율과 공부와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두발을 규제하면 신경 쓸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자기 얼굴형에 알맞은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두발을 규제하는 건 오히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 단,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 최종보고서처럼 두발 길이 제한은 풀되 파마나 염색에 대해선 학교별로 규칙을 정하는 게 좋다. 또 학교선택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발과 복장 자율은 학교별이 아닌 교육청별로 동시에 실시해야 효과가 클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관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건 이젠 ‘에티켓’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하거나 압수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나 교실에서 강제적으로 휴대폰을 압수하는 건 ‘폭력적’일 수 있다. 만약 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휴대폰 등으로 문자를 보낸다면, 나는 수업을 멈추고 왜 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함께 토론할 것이다.”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 자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각에선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선택권을 학생에게 주면 “학교에서 공부를 안 시키면 사교육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말해 보자. 오늘날 사교육비 폭등의 주범은 누구인가?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 입시가 아닌가? 그리고 공고하게 서열화된 대학체제가 아닌가? 또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이른바 ‘인 서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한 반이 40명이면 10명 안팎이다. 인문계 일반고생 4명 가운데 3명은 이 게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을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 또 ‘강제’로 공부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다. 스스로 ‘선택’해 공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때려서라도 나를 잡아줬으면’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처하는 교육현실을 접할 때마다 서글픔을 느낀다. 이제 학교와 사회는 25%의 학생들만이 아닌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진로 및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최근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사상의 자유 보장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장’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최종안에서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를 학생인권조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2008년 촛불집회를 연관 지으며 전교조 교사들이 ‘홍위병’을 양성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 사이의 패싸움은 문화적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단체행동=폭력’이라는 도식 속에서 학생들의 단체행동을 금하고 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적인’ 폭력은 용인하면서 ‘공적인’ 문제제기를 막는 결과를 낳아 학교폭력과 약자에 대한 괴롭힘이 학교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발표하기 위해 평화적인 방법의 다양한 실천을 고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이 아닐까?”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두발과 복장 자율화에 대해 이계성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인권조례를 만들어 두발, 복장 자율화를 하다 보면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 부유층 아이 앞에서 가난한 집 아이가 겪게 될 위화감과 소외감은 어떻게 해소할 건가”라고 물은 뒤 “공부에 쏟아야 할 신경을 다른 데 허비할 게 뻔하고, 탈선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복장 자율부터 이야기해 보자. 교복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아는가? 어른들이 보기엔 사소한 차이지만 학생들은 중소기업이 만든 교복보다 대기업이 만든 교복을 더 선호한다. 교복공동구매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 ‘옷’이 아니다. 오히려 휴대폰, 엠피스리, 피엠피 등 전자기기들이 위화감을 조장할 때가 더 많다. 안타까운 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나 이런 소비적 행태 아니면 자기를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기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이 복장 규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두발 규제는 복장 규제보다 훨씬 전근대적이다. 신체의 일부로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머리카락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교사들이 “두발을 규제해야 학교폭력이 없어진다”고 말하곤 하는데, 감시와 체벌이 일상화된 공간에서 폭력은 ‘시한폭탄’과 같다. 학교가 군대나 감옥은 아니지 않은가? 또 두발 자율과 공부와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두발을 규제하면 신경 쓸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자기 얼굴형에 알맞은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두발을 규제하는 건 오히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 단,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 최종보고서처럼 두발 길이 제한은 풀되 파마나 염색에 대해선 학교별로 규칙을 정하는 게 좋다. 또 학교선택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발과 복장 자율은 학교별이 아닌 교육청별로 동시에 실시해야 효과가 클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관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건 이젠 ‘에티켓’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하거나 압수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나 교실에서 강제적으로 휴대폰을 압수하는 건 ‘폭력적’일 수 있다. 만약 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휴대폰 등으로 문자를 보낸다면, 나는 수업을 멈추고 왜 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함께 토론할 것이다.”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 자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각에선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선택권을 학생에게 주면 “학교에서 공부를 안 시키면 사교육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말해 보자. 오늘날 사교육비 폭등의 주범은 누구인가?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 입시가 아닌가? 그리고 공고하게 서열화된 대학체제가 아닌가? 또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이른바 ‘인 서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한 반이 40명이면 10명 안팎이다. 인문계 일반고생 4명 가운데 3명은 이 게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을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 또 ‘강제’로 공부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다. 스스로 ‘선택’해 공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때려서라도 나를 잡아줬으면’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처하는 교육현실을 접할 때마다 서글픔을 느낀다. 이제 학교와 사회는 25%의 학생들만이 아닌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진로 및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최근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사상의 자유 보장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장’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최종안에서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를 학생인권조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2008년 촛불집회를 연관 지으며 전교조 교사들이 ‘홍위병’을 양성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 사이의 패싸움은 문화적으로 그러려니 하면서, ‘단체행동=폭력’이라는 도식 속에서 학생들의 단체행동을 금하고 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적인’ 폭력은 용인하면서 ‘공적인’ 문제제기를 막는 결과를 낳아 학교폭력과 약자에 대한 괴롭힘이 학교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발표하기 위해 평화적인 방법의 다양한 실천을 고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이 아닐까?”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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