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고등학교 2학년 이수연 양
계룡 용남고 동아리 ‘아이팟’
술집·모텔 뒤덮인 현실 고민
3개월 넘게 법규·실태 조사
거리 아닌 ‘면적당 규제’ 제안
술집·모텔 뒤덮인 현실 고민
3개월 넘게 법규·실태 조사
거리 아닌 ‘면적당 규제’ 제안
충남 계룡시 용남고등학교 2학년 이수연(사진)양은 등하굣길이 늘 불쾌하다. 모텔과 유흥업소 밀집지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속옷차림 여성의 모습이 담긴 간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키스방’과 성용품점은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심지어 학원과 독서실이 있는 건물 지하에서 단란주점이 버젓이 영업하는 광경까지 벌어진다.
“육해공 3군본부가 모인 계룡시는 작은 도시지만 유흥업소가 너무 많아요.” 지난 13일 계룡시 도심에서 만난 이양은 등하굣길 유해환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양의 고민은 자연스레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좀더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이런 고민에 동의하는 용남고 1·2학년 학생들이 이양을 중심으로 지난 5월 만든 정치·외교 동아리가 ‘아이팟’이다. 동아리는 우선 기초조사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회장인 이양은 경찰관인 아빠에게서 관련 정보를 얻고 인터넷을 뒤져 실태조사를 했다. 부회장인 2학년 임새롬양은 시청 공무원인 아빠의 도움을 받아 학교 주변 유해업소에 관한 법규를 조사했다. 군인 가족인 1학년 서민혁군은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텔과 유흥업소 사진 취재를 맡았다. 회원 14명 중 7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들이 석 달여의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이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제한에 대한 정책제안’이다. 이양은 “‘학교 출입문에서 몇m’라는 두루뭉술한 규제로는 안 된다”며 “청소년들의 동선을 잘 아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대한 현행 법률을 보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규정해 유흥업소·숙박시설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팟’은 거리 규제 대신 “지역 면적에 비례해 유해업소 숫자를 제한할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시 전체가 유흥업소로 뒤덮인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또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감시단을 운영하고 그에 대한 전권을 시·군·구에 주자”고 제시했다.
‘아이팟’은 이런 방안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17일에는 계룡시 5일장을 맞아 자신들의 제안을 담은 계룡시 조례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한편,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도 정식으로 정책 시행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용남고 학부모인 김미경 계룡시의원은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제정을 추진중”이라며 “우선 광고·전단지 규제 등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팟’의 이런 정책 제안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가 오는 26일 고려대에서 공동 개최하는 제2회 청소년 사회참여발표대회를 통해 공개된다. 계룡/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충남 계룡시 도심의 한 건물에 학원과 단란주점이 함께 들어서 있다.(왼쪽) 계룡시의 한 학교 등하굣길에 모텔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이팟’의 이런 정책 제안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가 오는 26일 고려대에서 공동 개최하는 제2회 청소년 사회참여발표대회를 통해 공개된다. 계룡/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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