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중심주의·사교육·대학 서열화 부추길 것”
학술단체·교사들도 “인문교육 붕괴 우려”
* 곽노현 : 서울교육감
학술단체·교사들도 “인문교육 붕괴 우려”
* 곽노현 : 서울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에 대해 “국·영·수 중심주의를 강화해 사교육을 늘리고,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곽 교육감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영·수 중심주의는 입시 위주 교육을 강화해 교과 과정을 획일화하고, 선행학습을 부추기면서 사교육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교과 과정이 국·영·수 중심으로 획일화할수록 공교육이 사교육을 당해내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육이 대학 서열화를 극복하려면 대학이 특성별로 다양한 과목 이수를 학생에게 요구하고, 학생이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영·수 중심의 문제풀이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은 “수능 개편안은 고교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감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며 “오는 9월7일 인천에서 열리는 16개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탐구 영역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국·영·수 이외 과목의 ‘교실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교육이 학생들에게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지리학회는 지난 23일 수능 개편안의 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냈다. 대한지리학회 이철우 부회장(경북대 교수)은 “개편안에 따르면 1과목만 공부하면 수능을 치를 수 있는 ‘한국사’ ‘경제’ 과목과 달리, ‘지리’ ‘일반사회’ ‘세계사’ ‘윤리’ 과목은 2과목 이상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탐구 과목이 학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학계도 25일 전국역사교사모임 등과 회의를 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역사연구회 채웅석 회장(가톨릭대 교수)은 “수능 개편안은 필수이던 역사 과목을 선택으로 바꾼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맞물려 있다”며 “이른바 ‘문·사·철’로 일컬어지는 인문교육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아 고교 교육 정상화에 상당한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와 과학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들도 수능 개편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로 했다. 전국교과모임연합 진영효 의장(도덕 교사)은 “일선 학교의 사회·과학 탐구 영역 교사들은 앞으로 열심히 연구해서 수업을 제대로 하면 학생들의 입시를 방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국·영·수는 기초 도구과목일 뿐인데 이 과목들만 강조하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능력은 저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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