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지원 자격을 성적 30% 안으로 제한한 탓에 원서를 내지 못한 한 학생 쪽이 ‘신입생 모집을 중단시켜 달라’고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광주 북구 ㄱ중 3학년 김아무개(15)군의 부모는 22일 자사고인 학교법인 보문학숙을 상대로 신입생 모집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김군의 부모는 보문고의 내년도 ‘신입생 전형 요강’ 가운데 지원자격 부분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신입생 추첨과 합격자 발표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율고의 지정·운영 규칙을 보면 필기고사나 교과 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 전형을 할 수 없다”며 “보문고가 일반전형의 지원 자격을 석차 백분율 상위 30% 안으로 제한한 것은 이런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자율고는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보장받는 대신,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인건비·운영비를 자체 조달하는 학교일 뿐, 나머지는 일반고와 다름 없다”며 “이런 자율고가 성적 우수자만 선발한다면 평준화 정책이 흔들리고 사교육이 만연하게 된다”고 밝혔다.
소송 대리인 이상갑 변호사는 “자사고 지원 자격이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상위 40~50% 이내, 광주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은 30% 이내로 설정됐다”며 “개인의 권리를 구제할 뿐 아니라 전국 자사고의 신입생 모집 방법이 위법한지를 가려 잘못됐다면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문고·송원고·숭덕고 등 광주지역 자사고 3곳은 내년도 신입생 모집 때 지원 자격을 석차 백분율 상위 30% 안으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석차 백분율 42.8%인 김군은 25일까지 신입생을 모집하는 보문고에 지원할 길이 막혔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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