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수사 의뢰 방침
“일부선 돈받아 차명계좌로”
“일부선 돈받아 차명계좌로”
서울시내 39개 사립 초등학교 대부분이 정원외 입학이나 전학을 시키고, 일부 학교에선 이런 전입학생의 학부모에게서 학교발전기금을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한 정황이 잡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학교들이 이른바 ‘입학장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28일 “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내 대부분의 사립초교가 정원을 초과해 학생들을 입학 또는 전입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전학·입학 과정에서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따로 관리해온 정황이 잡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곽노현 교육감의 결재를 거친 뒤 다음주 초쯤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 사립초교가 학부모에게 입학이나 전학의 대가로 돈을 요구해 받은 사실이 인정되면 학교장 등에게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으며, 학교발전기금 통장이 아닌 차명계좌로 이 돈을 관리했으면 횡령 혐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시교육청의 수사의뢰 대상에는 정원외 입학 대가로 학부모한테서 1인당 1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ㅎ초교는 제외됐다. 시교육청은 지난 5일 ㅎ초교의 ‘입학장사’가 드러난 이후 서울시내 39개 사립초교 전체를 대상으로 부정입학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시교육청은 수사의뢰와 별도로 사립초교 재단법인에 대한 제재 조처와 학교장 중징계 등을 징계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사립학교는 매년 모집요강에서 정원을 정하고, 이를 학칙에 명시해 관할 교육청의 인가를 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는데, 정원외 입학과 전학 등을 통해 이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ㄹ초교 등 일부 유명 사립초교는 시교육청에 압수수색 등의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노리고, 미리 전입학 관련 자료와 학교발전기금 관련 문서 등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초교 2~3곳이 자료를 폐기하고 자료 제출을 완강히 거부했다”며 “이들 학교에 대해선 훨씬 강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정원외 입학이나 전학을 한 학생의 학부모 가운데는 판검사나 유명 연예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직업란에 대부분 회사원이나 공무원 등으로 표기를 했지만, 이름만 보면 알 수 있는 판검사나 연예인의 이름이 여럿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75개 사립초교 교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초등교장협의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일부 사립초교의 입학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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