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쪽선 “맞춤과외 7~8개월 받은 덕분” [6판] 교육부가 서강대 전 입학처장 자녀의 수시입학 과정에서 특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의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고교등급제로 땅에 떨어진 수시전형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수시전형 개편 요구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 “모범답안과 흡사” =김아무개 서강대 전 입학처장 자녀의 수시 특혜입학 의혹은 지난해 9월 고교등급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던 즈음 대학 내부에서 흘러나온 제보에서 비롯됐다.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입학처장인 아버지가 재직 중인 학과에 영어논술 시험을 통해 합격했다는 게 민원의 요지였다. 교육부는 지난 10월초 서강대에 대한 고교등급제 실태조사에서 이 학생의 내신성적을 확인하고 바로 감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지난해 이 대학 경제학과 수시 1학기 전형에서, 함께 지원한 같은 고교 출신 14명 중 이 학생이 학생부 교과 성적에서 최하일 만큼 내신이 형편없음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6월 수능 모의평가 성적도 지원자들에 비해 크게 처졌음에도 영어논술 답안을 거의 완벽하게 작성한 사실도 특혜 혐의를 짙게 했다고 교육부 쪽은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작성 답안지가 예시 답안지의 문장구성, 표현, 어휘 선택과 유사했다”며 “마치 외워서 쓴 것처럼 모범답안과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또 김 교수가 입학관리를 지휘하면서 자신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이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했으며 논술 출제위원의 신분을 장기간 노출하고 출제위원이 부당하게 출제장소를 이탈하도록 허용하는 등 부적정하게 입시관리를 한 사실도 추가 확인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 감사에서 논술 고득점과 관련해 “아들이 3~8살 때 미국에서 생활했고 영어통합형 논술 준비를 위해 맞춤식 집중 과외를 7~8개월 동안 받은 덕분”이라고 해명했다.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학교 공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수능 모의평가 성적이 나쁜 것은 시험 시간에 잠을 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교육부 쪽은 밝혔다. ◇ 검찰 수사에서 판가름 날 듯=교육부가 재시험 조처를 내림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혐의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시험지 유출이나 답안 바꿔치기 등 부정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하고, 단지 “혐의가 분명히 있다”는 결론만 내렸을 뿐이다. 또한 학생 쪽이 재시험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서강대 쪽도 재시험 시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교육부의 김 교수에 대한 형사고발이 다음 수순이 될 것이 확실하다. 재시험도 학생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적정 성취수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시행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단 교육부 쪽은 검찰이 나서면 의혹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접 문제를 풀어보게 하는 등 다양한 기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공모자나 목격자를 찾기 힘들어 당사자의 증언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수시 등 대입 전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게 이런 문제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강성만 김남일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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