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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천편일률 자사고’…입시 명문만 웃었다

등록 2010-12-20 20:13수정 2010-12-21 09:28

자립형사립고의 입시준비 위주 홍보자료.
자립형사립고의 입시준비 위주 홍보자료.
학교들 모집 경쟁률과 일제고사·수능성적 비례
‘창의적 교육’ 외면한 고교다양화 정책 실패 반증
무더기 미달 사태를 빚은 2011학년도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학전형에서 각 학교의 모집 경쟁률과 ‘입시 경쟁력’이 대체로 비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에서 ‘다양성’이라는 자사고의 도입 취지가 빛이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가 서울시내 자사고 25곳(전체 26곳 가운데 실업계고에서 전환한 1곳 제외) 가운데 올해 모집 경쟁률 상위 10위 안에 드는 학교의 201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을 비교한 결과, 국·영·수 평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5개 자사고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드는 학교가 7곳이었다. 경쟁률 하위 10곳은 일제고사 성적 하위 10위에 드는 학교와 7곳이 겹쳤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사교육업체인 하늘교육이 취합한 25개 자사고의 2010학년도 수능성적(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모두 2등급 이상 비율)을 보면, 경쟁률 상위 10곳 가운데 6곳이 수능 성적 상위 10위 학교와 겹쳤다. 경쟁률 하위 10곳 가운데는 6곳이 수능 성적 하위 10곳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사고 교사는 “이번 경쟁률을 보면 학부모들의 선택이 강남과 목동 등 부유층·사교육 밀집지역 학교나 ‘입시 명문고’로 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미달 학교 대부분은 그동안 입시에서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거나 최근까지 실업계고로 운영된 곳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내 자사고들은 지난 10~11월 신입생 모집 홍보자료에서 입시학원식 ‘국·영·수 집중교육’을 적극 홍보했다. ㅅ고는 자료집에서 “영·수 과목 총 시수를 25%에서 47%로 올리겠다”, “평일 11시까지 학교에서 공부시키겠다”, “명문대 출신의 수준 높은 교사진을 확보했다”는 등의 문구를 실었다. 또다른 ㅅ고도 “국·영·수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입학도 하기 전에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는 학교도 있었다. ㄷ고는 내년 1~2월에 ‘예비학교’를 열어 ‘수능 주요 교과 집중교육’을 하겠다고 제시했다.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0.37 대 1에 그친 용문고에서 지난 19일 열린 ‘신입생 긴급 학부모 대책회의’에서 만난 학부모 정아무개(42)씨는 “자사고를 지원한 건 아이에게 학습량을 많이 제공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며 “지원 전에 용문고가 교육과정에서 어떤 특색이 있는지 알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이런 결과는 현 정부가 대선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자사고를 추진하면서 밝힌 ‘건학 이념에 따른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며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고교 다양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자사고 정책의 실패 원인을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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