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대안의 성과
‘체벌금지’ 대안의 성과
서울 학교들에 상담교사 파견
지난달부터 2만건 넘게 처리
서울 학교들에 상담교사 파견
지난달부터 2만건 넘게 처리
서울 ㄱ중학교 3학년 정아무개(15)군은 소문난 ‘문제아’였다. 교사에게 대들며 폭언하기 일쑤였고, 다른 친구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담배와 술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아무도 정군이 무엇 때문에 그런 일탈을 저지르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러던 정군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상담교사를 만나면서부터다. 최근 정군의 손톱이 절반 이상 닳아 염증까지 생긴 것을 보고 정서불안 증세를 의심한 수학교사가 정군을 학생 상담을 맡은 ㄴ교사에게 데려갔다. ㄴ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의 대안으로 제시한 성찰교실 운영을 위해 파견한 전문 상담원이다.
4차례에 걸친 상담 끝에 정군이 어릴 때부터 부모가 심각한 불화 상태에서 서로에게 퍼부은 ‘증오의 말’에 노출되며 상처를 입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ㄴ교사는 “처음에는 ‘내 편이 아무도 없다. 모든 게 싫다’며 마음을 닫고 있던 정군이 철저히 자신의 편에서 얘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생기자 긍정적으로 변해갔다”며 “정군 어머니도 상담을 받은 뒤 가족이 함께 서로 북돋아주는 대화를 하며 불화를 치유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곽노현 교육감의 체벌 전면금지 조처 이후 운영하고 있는 성찰교실제가 일탈 학생들의 상담 치료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교육청이 지난달 중순 서울시내 중·고교에 파견한 전문 상담원 교사는 225명으로, 이들이 한 달여 동안 처리한 상담은 모두 2만여건에 이른다.
서울 ㄷ중학교 2학년 김아무개(14)군 역시 수업시간에 항상 후드 티셔츠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엎드려 자거나, 일삼아 흉기로 친구들을 위협하는 일탈 학생이었다. 담임교사도 김군을 통제하지 못했다. 상담 초기에는 이어지는 질문에 “모르겠다.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다 죽여 버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담에서 지속적으로 얘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감정일기로 표현하게 했더니 조금씩 태도가 바뀌었다. ㄹ교사는 “김군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공장에 다니는 힘든 환경에서 단 한 번도 ‘잘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랐다”며 “지금은 아무리 혼내도 벗지 않던 모자도 스스로 벗고, 수업시간에 발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호 시교육청 장학관은 “교사에게 대들고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 부모의 불화 등 그럴 만한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다”며 “이해를 받아본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을 무작정 체벌하거나 훈계만 하면, 문제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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