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애초 방침 엎고 직무정지 처분만
12명중 11명 교장직 유지, 1명은 이사장 취임
보조금 반납도 거부…교육청 소극 대응 논란
12명중 11명 교장직 유지, 1명은 이사장 취임
보조금 반납도 거부…교육청 소극 대응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법인 이사장의 친·인척이면서 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교장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해당 법인에 해임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던 서울지역 사립 초·중·고교 교장 12명이 40여일이 지난 지금도 버젓이 교장 또는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학교법인들은 시교육청의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지급한 교장 12명의 인건비 13억여원도 반납을 거부하고 있다.([관련기사] ‘족벌사학’ 교장 불법임용…교육청은 모르쇠, ‘족벌세습’ 사립교장 12명 해임…재정보조금 수십억원 환수키로)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시교육청의 ‘이사장 배우자 등 친·인척 교장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불법 친·인척 교장 임명’이 드러난 학교법인 11곳의 교장 12명 가운데 5명은 교장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시교육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재임명됐다. 6명은 이사장이 사임한 뒤 이사로 내려앉는 편법을 동원해 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인 ㅈ여고 윤아무개 전 교장은 불법 임명 사실이 밝혀지자 교장직을 사임한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인 이사장에 취임해 학교를 세습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들 교장 12명에 대한 임명이) ‘사학법인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를 교장으로 임명하려면 법인 이사정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제54조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법인에 해임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와 달리 이들에게 ‘해임 요구’가 아니라 ‘직무정지 처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사학지원과 관계자는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임 등 배제 징계를 하기는 어려웠다”며 “발표 때 ‘해임 요구’라고 한 것은 ‘직무집행정지’를 광의로 해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제54조의2 제1항 제3호에는 ‘사립학교법 또는 사립학교법에 의한 명령 또는 다른 교육관계법령에 위반했을 때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시교육청이 소극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들 법인은 12명의 교장들이 불법 임명 상태였을 때 시교육청에서 인건비로 지원받은 13억7900여만원의 재정결함보조금 환수도 거부한 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시교육청 사학지원과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보조금 반납 계고장을 보냈지만, 환수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한곳도 반납하지 않고 모두 ‘소송을 걸겠다’고 하고 있다”며 “곧 독촉 공문을 다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안에서도 사학지원과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인이 어차피 보조금 반납을 거부하고 소송을 내겠다고 하면, 시교육청이 먼저 처분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하고, 법인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의 조처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