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양
서지원양, 2011 NSB 우승
“D, E, N, O, U, E, M, E, N, T”(대단원)
“That’s correct! You are the Champion!”(맞혔습니다. 당신이 챔피언입니다)
지난 2월23일 건국대에서 열린 ‘2011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에서 서지원(문정중1·사진)양이 우승했다. 서양은 19라운드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챔피언 단어 ‘데이누망’의 철자를 맞히며 최종 라운드까지 남아 경쟁했던 김현수(대원국제중2)양을 물리쳤다. 서양은 오는 6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NSB, 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대회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2008,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출전하게 된다.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는 84년 전통을 이어온 세계 최대규모의 영어철자 맞히기 대회다.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이번 대회는 미국 본선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국에서 모인 91명의 참가자 가운데 쓰기 시험(written session)을 통과한 40명만이 말하기 시험(oral session)에 참여했고, 토너먼트 방식의 말하기 시험에서 출제자가 제시한 철자를 정확히 맞힌 뒤,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서양과 전년도 우승자인 김양의 맞대결이었다. 역대 우승자끼리의 대결답게 9라운드부터 두 명만이 남아 19라운드까지 접전을 벌였다.
외국어 학습의 기본은 어휘력이다. 하지만 “원어민 학습자도 어려워하는 단어를 맞히는 대회에 한국 학생이 굳이 참가할 필요가 있느냐”며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번 대회에 출제자로 참여한 베일리 버몬트대학 고전학 교수(1980년 SNSB 우승자)는 “스펠링비는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걸 넘어서 ‘어원별 형성 원리’, ‘소리와 철자 사이의 관계’(파닉스)를 알아야 맞힐 수 있는 대회”라며 “실제로 스펠링비 참가자들은 ‘경험적 추측’(Educated Guessing)으로 뜻을 모르거나 처음 듣는 단어도 맞힌다”고 답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단순히 단어만 듣고 답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출제자한테 단어를 여러번 말해달라고 요청해 발음으로 단어를 미뤄 짐작한 뒤, 어원·뜻·품사를 묻고 답변을 종합해 답을 말했다. 서양 역시 김양과 둘이 남게 된 9라운드부터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단어가 제시되면 어원·뜻·품사를 모두 물어본 뒤 손바닥에 한 글자씩 써가며 답을 추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18라운드에선 답을 말하던 도중에 출제자한테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해 발음을 듣고 자신이 생각한 답의 정답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양은 우승 뒤 인터뷰에서 “이미 알고 있는 단어였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손바닥에 글자를 써 가며 확인했다”며 “단순히 사전을 외우는 방식이 아닌, 어원과 형성 원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학습한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서양은 “한 번 더 미국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미국 대회에서 20명만이 남아 겨루는 준결승에 반드시 진출해 토종영어의 실력을 뽐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최종 우승자 서양은 ‘2011 SNSB’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전세계 10여개국 대표들과 영어실력을 다시 한 번 겨룬다. 본인과 보호자 1인의 미국 결선 참가 경비 일체는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영어교실(www.yoons.com)이 후원한다.
글·사진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